‘메모리냐,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냐.’
디지털 저장 매체인 메모리와 HDD가 정보 저장기기 시장을 놓고 치열한 ‘영토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 진영이 무차별적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HDD=PC와 저장장치, 메모리=휴대형기기’라는 고정 관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HDD 진영, 더욱 작고 가볍게=HDD 업체에 이제 PC는 충분 조건이다. HDD 업체는 오히려 핸드헬드와 디지털 가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만큼 HDD가 소형화·대용량화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얘기다.
초창기에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5.25인치 HDD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신 주력 시장인 데스크톱 PC와 산업용 제품에는 3.5인치, 노트북PC 혹은 외장형·소형 디지털 가전에는 2.5인치, MP3P·디지털카메라·캠코더·내비게이션 등에는 1인치와 그 이하 크기의 초소형 제품이 속속 탑재되고 있다.
특히 1인치 이하 초소형 HDD가 개발되면서 기존 플래시 메모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시장에 용량과 크기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HDD가 사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MP3P에 이어 최근에는 ‘황금 시장’이라 불리는 휴대폰에도 HDD 기반 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HDD를 탑재한 휴대폰 개발을 끝마치고 출시 시점만 조율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1인치 HDD 시장의 평균 성장률은 2008년까지 85%를 초과할 것으로 가트너가 전망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값싸고 저장 용량이 큰 HDD가 디지털TV·셋톱박스 등과 만나면서 HDD를 탑재한 디지털 가전이 하나의 추세를 만들고 있다.
LG전자 측은 “앞으로 디지털 방송이 대중화하면서 고화질 영상물을 간편하게 녹화·편집할 수 있는 대용량 HDD 복합 제품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HDD를 전체 정보 가전 제품군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진영, 더욱 크고 빠르게=이에 맞서 메모리 진영은 가격은 내리고 용량을 낮추면서 HDD 공세에 맞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플래시 메모리를 기반으로 한 대용량 저장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SSD(Solid State Disk)’로 불리는 이 기술은 플래시 메모리를 최대 16GB까지 확장해 사용할 수 있다. 이를 더욱 확장하면 수백 기가바이트의 저장 용량이 가능한 제품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초저가 노트북PC에서는 HDD 대신에 메모리를 사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상황이다.
서버와 스토리지 분야에서도 DDR 메모리 기반 기술이 급부상하고 있다. 메모리 시스템이 HDD에 비해 저장 용량 면에서는 다소 뒤떨어지지만 데이터 입출력 속도는 절대적으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진영에서는 메모리 기반 시스템이 HDD보다 최대 10배 이상 데이터 전송 속도를 보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DDR 메모리 기반으로 외국에서는 텍사스메모리시스템·솔리드시스템스 등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온플러스·태진인포텍이 자체 기술로 제품 상용화에 성공했다. 가격도 초기에 비해 크게 떨어져 대중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SSD는 HDD에 비해 읽기 속도는 3배, 쓰기 속도는 1.5배 빨라 부팅에 걸리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망=대부분의 데이터가 디지털로 바뀌면서 앞으로 저장장치 시장은 ‘장밋빛’을 예고하고 있다. IDC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정보 저장기기 시장은 지난해 400억달러 규모에 달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맞물려 저장 장치의 양대 산맥인 ‘메모리’와 ‘HDD’ 진영의 한치 양보 없는 경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HDD는 고속 모터와 기계 장치로 외부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을 보완해 메모리 시장을 잠식하고 메모리 진영도 용량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HDD 진영에 적극 대응하면서 치열한 영토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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