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의 경쟁력이 곧 LG의 경쟁력이다.’
기업 경영환경이 개별 기업 간 경쟁에서 협력사를 포함한 기업 네트워크 간 경쟁으로 전환됨에 따라 LG의 ‘상생경영’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7일 LG전자 김쌍수 부회장이 ‘LG전자 경영노하우 전수 설명회’에서 강조한 것처럼 LG는 협력사의 경쟁력이 곧 LG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판단 아래 다양한 상생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협력사가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해 자생력을 갖고 견실히 성장할 수 있도록 자금이나 혁신활동, 기술, 경영인프라를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부품 국산화를 위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해외 동반진출을 모색하는 것 역시 LG 상생경영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투자 및 운영자금 지원=LG는 현금 결제, 투자자금 지원, 네트워크론 연계은행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자금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전자는 지난 6월부터 모든 국내 중소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연간 5조원 규모의 거래대금 전액을 현금결제하고 있다. 협력사들이 실제로는 연간 500억원 이상을 지원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LG전자는 작년부터 향후 5년간 협력사의 생산성·품질 향상, 첨단기술 개발, 시설확장 등에 필요한 자금을 회사당 연리 4%에 20억원 한도로 총 1000억원 규모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90억원이었으나 올해는 5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소기업의 우수기술을 산업화하고 국산화를 촉진하기 위해 LG전자는 LG벤처투자,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함께 총 240억원을 납입해 ‘LG 대중소기업 협력펀드’를 결성, 현재 운용중이다. 이 펀드는 7년간 운용된다.
LG화학도 공동 기술개발과 기술 및 생산설비 지원 등에 올해 최소 30억원 이상을 지원할 계획이며, LG CNS도 거래시에 필요한 보증보험 가입을 일정기준에 따라 면제해 주는 등 협력사의 재정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교육·혁신활동 지원=LG는 협력사가 자체적으로 실시하기 어려운 전문교육에 대해서도 무상 지원하고 있다.
LG전자는 구미 러닝센터를 협력사 전문 교육기관으로 활용, 협력사 직원을 대상으로 6시그마를 비롯해 경영자후계자 과정, 신입사원 과정, 전문기술 교육, 생산기술 전문가 과정, 컨설턴트 육성 과정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도 800여명의 협력사 임직원이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2002년부터 LG전자와 협력업체를 전산 네트워크로 묶는 ‘M2M(머신 투 머신) 통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협력업체가 전사적자원관리(ERP)를 구축하고 이를 LG전자와 연결하면 주문·생산계획·입고정보·재고량·실적정보를 바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 효율이 큰 폭으로 개선된다. 현재 30여개사가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향후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LG필립스LCD는 구미공장에서 협력사 직원 300여명을 대상으로 6시그마, 품질관리, 리더십교육을 실시할 예정이고 30여개사에 대해서는 품질지도를, 10여개사는 생산혁신 스킬 건설팅을 지원하려고 한다.
LG CNS는 IT서비스 사업이라는 특성상, 협력사 직원의 기술수준 제고를 위해 LG CNS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투게더 런(Together Run)’ 교육을 통해 협력사 직원의 자질 함양에 노력하고 있다.
◇부품 국산화를 위한 기술 지원=LG는 부품 국산화를 위해 공동기술을 개발하는 등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LG전자는 7개 협력업체와 멕시코에 동반진출해 현지공장을 가동중이며, 이와 별도로 올해도 내년 가동을 목표로 7개 부품업체와 러시아에 동반진출해 국내 전자업계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현지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LG전자는 또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와 15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내년까지 환경설계·환경경영·청정생산 기법을 모두 전수하게 된다.
LG화학은 국내 대표적인 화학업체답게 다양한 형태의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데, ‘LG화학 테크센터’는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알려져 있다.
테크센터는 석유화학제품과 관련해 LG화학이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시장정보를 협력업체에 제공하는 조직으로 PVC/가소제팀, 폴리올레핀팀, ABS/PS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팀, 특수수지팀, 오토모티브팀, 응용기술팀의 7개 팀과 분석센터로 구성돼 있다. 이 테크센터의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은 그대로 협력사 생산성 증대로 이어진다. 실제로 목욕의자 생산업체인 케어라인은 제품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제품설계 및 금형설계 기술을 테크센터와 공동으로 추진, 안전규격을 통과했으며 이 목욕의자 하나로 연간 4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을 정도다.
LG필립스LCD는 협력회사와 공동기술 개발을 통해 10% 수준에 불과하던 4세대 라인의 장비 국산화율을 6세대 라인에서는 50% 수준으로 높이고, 부품 국산화율도 올해 75%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조성에도 공동 참여하는 등 LCD 기반산업 육성에 힘을 싣고 있으며, 공정장비 분야와 부품 분야 협력사를 회원으로 각각 ‘프렌즈클럽’과 ‘트윈스 클럽’을 운영, 공동 기술을 개발하고 첨단 기술동향을 공유하고 있다.
◆인터뷰-이영하 LG전자 부사장
“협력사와 상호 연계,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협력사들이 믿고 거래하고 싶은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영하 LG전자 부사장은 LG전자는 협력사를 단순 공급자가 아닌 품질의식과 이념을 공유하는 파트너로서, 협력사와 함께하는 상생경영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힘줘 말한다. 이를 위해 낙후된 중소 협력업체에 대해 교육 및 컨설팅,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한편 제품정보와 기술력, 사업계획 등 기업정보를 공유하면서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중이라고 전했다.
중소기업은 재정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인재가 모이지 않고, 인재가 모이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하는 빈곤의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 이 부사장의 지론. 따라서 이런 고리를 끊는 근원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책이 모색돼야 한다. LG전자가 올해 중소기업 자금 지원 규모를 500억원으로 증원한 것이나, 현금성 결제를 확대 시행하고 네트워크론과 같은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도 이 부사장의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상생의 필요성을 묻자, 이 부사장은 “현재와 같이 유가의 고공행진에 따른 미국경제 침체와 세계경제의 동반 하락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혁신 노력뿐 아니라, 협력사와 긴밀한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답한다. 여기에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구도가 과거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완제품 생산자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완제품 생산자와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업체가 연계된 ‘공급자 집단 간’의 경쟁으로 진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이 모든 것을 대기업에 의존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이 부사장은 강조한다. 자율적인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대기업과의 협력이나 동반성장도 더 많은 결실을 맺는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이 부사장은 정부 차원에서도 프로젝트 단위별 직접 지원방식과 함께 세제 혜택, 사례 도출 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LG그룹 상생경영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