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와 임직원, 협력업체는 물론이고 규제기관까지 고객이다.’
민영2기 KT가 상생경영을 위해 내세운 새 경영기조가 바로 ‘놀라운(Wonder) 고객 감동 경영’이다. 고객의 개념을 기존 가입자만이 아니라 경쟁사, 협력업체, 언론과 규제기관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까지 확대해 눈높이를 맞춘 감동을 안겨주자는 것. 공기업 잔재로 남아 있는 갑을문화를 타파하고 공익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민영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결정이었다.
KT그룹의 상생경영 전략은 크게 △중소 협력업체와의 윈윈 경영 △자회사·경쟁사 간 상생 △보편적 서비스와 사회 환원 등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중소협력업체와의 상생은 지난해 구매전략실을 신설, 저가 중심의 구매 방식에서 탈피해 품질 중심의 전략적 구매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시작됐다. 총소유비용(TCO) 개념을 도입해 새로운 평가기준을 마련했고 ‘협력업체 종합등급제’를 시행, 우수업체에는 장기적인 협력기회를 부여했다. 분야별로 우수업체를 선정, 안정적인 협력을 통해 기술개발에 전념토록 했으며 경영 및 기술 컨설팅, 정보 교류, 대출보증 등 다각도록 지원중이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수렴하기 위해 온라인 제안사이트를 만들었고 신문고 역할을 하는 VOS(Voice Of Suppliers)를 마련, 협력업체의 불만을 해소하고 애로사항을 적극 해결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자회사인 KTF 역시 콘텐츠 업체들과 상호 윈윈이 장기적인 발전의 지름길로 여기고 ‘오픈 파트너십’을 통해 경영권을 존중하면서 지분 참여, 공동 투자 등을 통해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고 있다.
자회사와 경쟁사들과의 상생경영도 큰 축이다.
우선 올해부터 자회사들과 경영자원 및 인력교류를 본격화했다. KT와 자회사 간 상호 인력교류는 물론이고, 계열사 경영진단을 통한 위험관리 강화, 6시그마 등 그룹 차원의 경영혁신 및 품질경영을 지속적으로 추진중이다.
또 ‘콘텐츠사업협의회’ ‘와이브로위원회’ ‘유·무선협력위원회’ 등 공동 협의체를 다각도로 마련했다. KT의 자회사 경영 원칙은 자율 경영을 보장하면서도 상호 시너지를 확보하는 데 있다. 각각의 자회사들이 전문성을 갖고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기 때문이다.
경쟁사들과의 시장확대를 위한 협력 도모도 활발하다. 최근 PCS 재판매의 시장점유율 상한을 발표한 것도 새로운 블루오션을 함께 찾자는 상생의 제안이다. 시장 리더로서 가입자선로공동활용제(LLU)를 통해 후발업체들과 설비를 공유하고 통신사업자들을 대표해 보편적서비스의 의무도 지고 있다.
농어촌, 도서벽지 등 수익이 나지 않는 곳에까지 보편적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공기업에서 출발한 KT의 공익적 책무를 이어 나가기 위한 것이다. 전국 권역의 시내전화는 물론이고 도서위성통신,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등이 대표적 예다. 또한 ‘복지통신’의 개념으로 장애인, 저소득층 통신비 감면 등에 작년 한 해만도 777억원이 투입됐다.
KT와 KTF 등 KT그룹의 임직원들로 구성된 ‘사랑의 봉사단’과 ‘사랑나눔 기금’은 KT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명확히 드러내는 결정체다. ‘누구라도 행복한 세상’을 슬로건으로 이웃사랑과 희망을 전달하는 사랑의 봉사단. 전국 11개 지역본부, 60여개 지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자원봉사에 참여한 인원은 2만2000여명, 기금은 올해 32억원으로 불어날 예정이다.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부 급여를 공제해 기금을 만들고 매칭그랜트 개념으로 모금한 금액에 1대1로 자신의 기부금도 투입한다. 3년에 걸쳐 총 12억원이 투입된 청각장애아에 인공달팽이관 시술과 재활 활동은 대표적 사랑 나눔 활동이다.
KT그룹이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은 청각장애아 소리찾기 대상자를 40여명까지 늘리고 31명의 영세민 청각장애인에 보청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NGO들과 함께 자살예방캠페인과 함께 전문 상담사 50명을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양성중이다.
이에 앞서 인텔과학영재대회 후원과 황우석 교수 후원회에 참여했으며 미래를 이끌어갈 과학영재 양성사업을 발굴중이다.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중·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독도사랑체험단’을 운영하기도 했으며 민통선 철새도래지 탐방 등 청소년들의 우리 환경 돌보기 활동도 전개중이다.
이 외에도 태국 푸껫 쓰나미 지원, 초고속인터넷망 구축과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센터 설립 등 글로벌 통신사업자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공헌활동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etnews.co.kr
◆인터뷰-남중수 KT사장
“KT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의 개념을 바꿔야 합니다. 현장 조직이나 자회사 직원은 물론이고 협력업체, 국회와 정부, 규제기관, 모두 고객이고 경쟁사와도 상생이 필요합니다.”
남중수 KT 사장은 ‘놀라운(Wonder) 고객 감동’을 새 경영 키워드로 삼아 KT를 ‘위대한(Great) 기업’으로 바꿔놓겠다고 천명했다. 고객은 물론이고 KT를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감동을 주고 상생의 방법을 모색하는 KT가 되자는 것.
남 사장은 “고객 관점에서 새롭게 보면 가치를 높일 방법도, 새 시장도 보일 것”이라면서 “이것이 함께 사는 블루오션을 찾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혁신 과제도 구체화했다. 구매자로서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갑을문화를 타파하고 본사와 자회사 간, 스태프 조직과 현장 조직 간 상하관계도 척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머슴이 아닌 주인으로서의 의식을 강화해 스스로 혁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남 사장은 또 국회와 정부, 규제기관과 시민단체(NGO) 등까지도 고객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KT의 기업활동이 단지 가입자만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 구성원들과 모두 연계돼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남 사장은 “공익적 의무를 방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투자는 물론이고 농·어촌 보편적서비스 책무, 경쟁업체들과의 상생 등이 같은 맥을 이룬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콘텐츠 기업을 인수해 시장의 파이를 넓히고, 연간 2조원 이상의 투자로 일자리 창출과 생산유발효과를 높이겠다는 전략도 내놓았다. 또 KT PCS 재판매의 시장점유율을 스스로 규제, ‘상생’의 손을 먼저 내밀었다. 담합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은 것에 대해 KT 책임자로 첫 공식 사과를 했다. 행정소송이 남아 있지만 이유와 과정이야 어쨌든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렸다는 점에서 머리를 숙인 것.
남 사장은 “IT산업 리더로서 동일산업 내에서는 물론이고 산업 간 협력을 확대하며 통신산업을 블루오션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KT가 추구할 상생의 방향이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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