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강국으로](4부)시스템반도체를 이끄는 사람들⑦

김경수 넥스트칩 사장은 “10년 뒤에 누군가가 넥스트칩의 제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전화번호부처럼 두꺼운 ‘제품 책’을 내놓을 수 있는 글로벌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경수 넥스트칩 사장은 “10년 뒤에 누군가가 넥스트칩의 제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전화번호부처럼 두꺼운 ‘제품 책’을 내놓을 수 있는 글로벌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경수 넥스트칩 사장

 “라켓볼을 하면서 ‘킬 샷’을 때 할 때 나는 소리는 정말로 짜릿합니다. 킬 샷은 라켓볼에서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전면 바닥 근처로 낮게 공을 치는 기술입니다. 승부를 걸기 위한 몸짓으로 ‘짱’하는 소리를 들으면 모든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김경수 사장(40)은 도전을 즐긴다. 20여년 전 국내에 라켓볼이 처음 들어왔을 때 동아리 만들고 제2회 오픈라켓볼 대회에 나가 준우승을 거두기도 했다. 남들이 다하는 것을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분야를 먼저 습득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하는 욕심에서다.

그의 승부 근성은 라켓볼 등 새로운 스포츠뿐 아니라 그가 벌이는 일 모두에서 그렇다. 김 사장은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엔지니어의 길로 가지 않았다. 첫 직장인 대우통신 수출부로 들어가 무역 업무를 담당하면서 사업을 준비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갖춰진 대기업에서 뛰쳐나왔다. 입사한지 2년 정도만이다. 90년대 초반 국내에 컴퓨터 바람이 부는 것을 예감한 그는 대만 등과의 무역을 통해 국내에서 독립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대우에서 나와 처음에 무역회사를 차렸습니다. 대만에서 물건을 제작해 해외로 공급하는 일을 먼저 했습니다. 그러다가 현재 용산에 컴퓨터 관련 매장도 직접 운영하면서 무역과 PC 제작을 동시에 하게 됐습니다.”

용산에서 조립PC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 그는 대만에서 우수한 부품을 적시에 공급해 많은 자본을 모았다. 이와 함께 편의점 유통이 자리 잡던 시절, 무역을 통해 수입을 하고 그 물건을 국내 유명 편의점에 공급하는 등 3개의 사업체를 운영하게 된다.

“무역 및 유통을 하면서 동물적이고 감각적으로 돌아가는 경제를 많이 배웠고 돈도 벌었습니다. 그러나 전자공학이 전공인 저는 항상 반도체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대학 시절 함께 세미나하며 동고동락했던 친구를 만나, 반도체 사업을 구상한다. 현재 넥스트칩의 연구소장인 장지훈씨와 기획관리 이사인 김동욱씨가 기술 부분을 담당하고 김 사장이 경영·영업을 책임지는 구도를 설정하고 지난 97년 회사를 창업, 현재 9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사업중에 가장 거칠다는 유통 및 무역에서 잔뼈가 굵은 김 사장은 사업 초기부터 철저하게 ‘돈 되는 품목’을 중심으로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1억 원 현금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 7년이 넘게 외부에서 펀딩을 받지 않았습니다. 부채를 쓰지 않고 반도체를 팔아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다시 개발하는 경영 구조를 유지해왔습니다.”

김 사장은 영상신호처리가 전공인 장소장과 함께 폐쇄회로(CC)TV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개발, 창업 1년 만에 양산에 착수해 창업 3년차인 지난 99년에 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당시에 CCTV 시스템은 대부분 고가의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를 이용했기 때문에, 이를 표준품으로 만들어 공급하면 수익성이 높겠다는 판단에서다.

“첫 번째 제품을 ‘킬 샷’ 처럼 한방에 나왔습니다. 한번의 재작업도 거치지 않고 완제품이 나왔습니다. 창업멤버 6인이 만든 것입니다. 이 제품을 국내 유명 업체에 공급했고 이 칩을 통해 기반을 닦을 수 있었습니다.”

넥스트칩이 두 번째 도약을 한 것은 지난 2003년이다. 이 당시 보안 시스템에 사용되는 전 제품의 ‘라인업’을 갖추게 됐고, 이해 4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사장은 이제 3번째 도약을 시도한다. 이미 지난해부터 소비자 가전에 들어갈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디지털TV용 칩과 디스플레이용 IC 등을 보안 시스템용 반도체와 함께 수종 사업으로 이끌어간다는 생각이다. 그는 “우리가 개발중인 소비자 가전용 반도체는 혼합 신호 제품으로 이 분야에서는 넥스트칩 엔지니어들이 경쟁력이 있습니다. 해외 유명업체인 미크로나스, TI, 아나로그디바이스 등과 경쟁하게 될 것입니다.”

오는 2007년에는 보안 시스템용 칩에서 40% 매출을 새로운 분야에서 60%의 매출을 기록, ‘1000억원 클럽’에 등록을 시도하겠다는 것이 김 사장의 목표다.

“일반적으로 첫 번째 잘된 제품으로 증시에 상장·등록을 합니다. 하지만, 후속타 불발로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우리는 두 번째 사업군이 정비되는 무렵 등록하고 이를 재료로 상한가 행진을 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회사의 지정한 ‘이륙’을 위해서 외부에서 펀딩도 받는다. 지난해 10억을 외부에서 조달해 자본금 20억 원 규모로 만들었다. 외부에 규모 있는 업체로 보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 화웨이 협력 업체로 등록할 때 자본금이 작아서 본의 아니게 의심을 받기도 한 경험도 있다. 김 사장은 “이제 내실과 함께 외형상의 모습도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뒤에 누군가가 넥스트칩의 제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제품 카탈로그 몇 장을 꺼내기보다는 TI 같은 유명회사가 그렇듯이 전화번호부처럼 두꺼운 ‘제품 책’을 내놓을 수 있는 글로벌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김 사장은 전했다.

“이처럼 많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에 나서야 합니다. 동남아 판매 네트워크는 이미 구축됐습니다. 앞으로는 지사 등도 운영을 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찾을 것입니다.”

김 사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넥스트칩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진정한 ‘킬 샷’을 던지는 순간을 기대해 달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넥스트칩

 넥스트칩(대표 김경수 http://www.nextchip.com)은 지난 97년 설립된 팹리스 반도체 회사로 창업이래 지금까지 비디오 신호 처리라는 한 분야에 연구 개발 투자를 집중한 영상 보안 시장 전문업체다.

이 회사의 강점은 보안 시스템의 토털 칩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CCTV 카메라의 디지털신호처리프로세서(DSP), 비디오 디코더, 멀티화면을 처리하는 쿼드·멀티플렉서, DVR 컨트롤러 칩, 영상 압축 코텍 등의 핵심 반도체설계자산(IP)을 자체 기술진에 의해 개발했다. 이 회사의 제품만으로도 전체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

넥스트칩은 보안 시스템 사업 분야에서 작년도 12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2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이 분야에서만 3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보안 시스템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핵심 IP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켜 영상처리 기술의 격전장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 TV시장에 진출한다. 지난 2003년 하반기부터 제품 개발에 투자해 왔고, 올해 말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이로써 필립스, 미크로나스, 소니 등과 같은 세계의 우수한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멀티미디어 시스템온칩(SoC) 분야의 진정한 강자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