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3주년 특집Ⅱ-이제는 기술기업이다]해외서 배운다-어도비시스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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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도비시스템즈는 초기 PC시대인 1982년, 레이저 프린터용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한 40대 과학자 척 게쉬키와 존 워녹가 창업하면서 그 역사를 시작하였다. 두 사람의 창업자는 애당초 컴퓨터 화면에 뜨는 모든 기술(記述)을 축소, 확대, 편집해도 프린트의 해상도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구상했다. 이 기술은 85년 포스트스크립트란 이름으로 애플사의 프린터에 처음 적용되어 출판, 인쇄 업계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고 어도비시스템즈는 지금까지 전자출판 및 컴퓨터 그래픽 분야의 표준이자 선두주자로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포스트 스크립트 기술이 인쇄 출력의 품질을 크게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인쇄를 위한 문서의 전송과 교환이었다. 이러한 사용자들의 문제인식을 고민한 결과가 바로 어도비의 PDF 파일 포맷이다.

 어도비는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문서를 생성한 응용 프로그램, 서체 그리고 하드웨어, 운영체제에 영향을 받지 않고 문서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PDF(Portable Document Format)란 파일 포맷을 93년 선보였다. PDF로 소개된 ‘애크로뱃’ 제품은 점점 더 발전하는 웹 기술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보를 접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통일된 문서 포맷과 안정성을 제공하였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을 통해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평이한 텍스트뿐이었으며 웹을 통해 컨텐츠를 배포방식으로 HTML의 문서 표현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던 시기였었다.

 애크로뱃은 지난 97년 미국 국세청이 세금양식을 PDF 파일로 인터넷에 공개했을 때 절정에 달했다. 이를 계기로 전 세계에서 애크로뱃 사용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PDF문서를 열람하는 무료 소프트웨어 애크로뱃 리더는 7억 카피 이상 보급되어있다. 애크로뱃과 함께 어도비의 기술력을 세상에 알린 일등공신은 바로 ‘포토샵’으로 대표되는 그래픽 소프트웨어 이다. 어도비는 1987년 벡터 그래픽 소프트웨어인 일러스트레이터를 개발한데 이어 1990년 대표적 디지털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인 어도비 포토샵의 맥버전을 선보인다.

 이후 93년에 윈도용 포토샵이 등장했고 일반디자인에서 웹디자인, 3D디자인까지 모든 컴퓨터 그래픽의 대명사가 되었다. 포토샵은 많은 경쟁제품의 출현에도 선두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요즘에는 디지털카메라의 보급과 더불어 전문가에게 뿐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에게도 광범위하게 사랑받으면서 ‘뽀샵질’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어도비는 2003년 대표 제품인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인디자인, 고라이브의 최신 버전과 통합 기능을 대거 탐재한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스위트’를 발표했다. 어도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4월에는 모바일 및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겨냥해 플래시 소프트웨어 업체 ‘매크로 미디어’를 인수했다. 과거 문서를 출력하는 프린터, PC용 그래픽 영상 분야에서 표준제국을 만들었던 어도비는 PDF와 플래시의 기능을 통합해 업계를 선도할 새로운 정보표준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어도비가 지향하는 차세대 기술은 사람들이 어떠한 종류의 컨텐츠도 휴대폰, 프린터, PC, PDA 등 하드웨어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의도한 바 그대로 작성하고 전송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적 정보표준, ‘네트워크 퍼블리싱(Network Publishing)’으로 모아지고 있다.

 전자출판에서 그래픽 디자인, 전자문서시스템, 웹솔루션 분야에서 정상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 어도비시스템즈는 직원수 4000명, 매출 16억6000만달러, 25개국에 판매망을 갖춘 세계 2위의 PC용 소프트웨어 업체로 올라섰다. 어도비의 성장사는 사람들간의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한다는 대전제 아래에서 꾸준히 진행된 기술발전의 역사이다. 어도비 부사장인 브라이언 램킨은 “어도비의 발전은 마케팅의 관점이 아니라 기술과 고객의 시각에서 봐야 이해될 수 있다”라고 정리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