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구 정보화 공통 기반 시스템 구축 사업(이하 시·군·구 정보화사업)’ 상용 소프트웨어(SW) 사업자 선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900억원 규모의 하드웨어(HW) 프로젝트 수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HW 프로젝트는 전체 시·군·구를 규모 등에 따라 크게 2개 그룹으로 구분, 각각 사업자를 선정한다. 발주처인 행정자치부는 늦어도 다음주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주,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어서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SI 업체와 HW 업체 간 짝짓기가 한창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웹 서버 468대, 애플리케이션(AP) 서버 234대, 데이터베이스(DB) 서버 234대 등 서버 936대를 비롯해 외장형 디스크, 스위치 등이 대량으로 발주, HW 업체들이 사활을 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삼성SDS 대 LG컨소시엄 대결=사업의 키를 쥐고 있는 SI 업체들은 HW 프로젝트 수주에 전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상용 SW 프로젝트를 수주해 경쟁사의 기선을 제압한 삼성SDS는 여세를 몰아 HW 프로젝트를 수주, 시·군·구 정보화사업의 사실상 주사업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입장이다. HW 사업자 2곳을 선정하는 만큼 SW 사업자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자체 분석이다.
행자부도 삼성SDS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행자부 관계자는 “시스템 연동을 고려하면 SW 사업자가 HW를 맡으면 효과적일 것”이라면서도 “철저한 평가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것이 행자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상용 SW 프로젝트에서 간발의 차로 삼성SDS에 밀린 LG엔시스 컨소시엄은 HW 프로젝트 수주를 일정 부분 자신하는 분위기다. 최대 경쟁 업체로 꼽히는 삼성SDS가 SW 사업자로 선정된 만큼 운신의 폭이 커졌다는 게 LG엔시스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시작 전부터 SW는 삼성, HW는 LG라는 말이 업계에 공공연하게 나돌았다”며 “HW에서는 LG가 유리한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수도 적지 않다. 3개 컨소시엄이 참여한 SW에 비해 HW는 5∼6개 컨소시엄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HW와 가격 구성에 따라 예상 밖의 사업자가 나올 수 있다. 삼성과 LG 외에 KT 등 3∼4개 컨소시엄이 시·군·구 정보화사업을 준비중이다.
◇한국IBM·HP·썬 HW 3파전=HW 업체들은 현재 사업자 선정 가능성이 높은 삼성SDS와 LG엔시스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고사양의 서버를 요구하고 있는만큼 한국IBM, 한국HP,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3파전이 예상된다.
DB 서버의 경우 64비트 CPU에 52만2000tpmC 이상 확장 가능한 스펙을 요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3사 외에는 시스템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서버 업체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과거와 달리 다소 소극적인 반응이다. 행자부가 평가 방식에서 SW는 기술 평가 90, 가격 평가 10의 비중을 둔 반면 HW는 기술 평가 80, 가격 평가 20으로 가격 경쟁이 벌어질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프로젝트의 서버 공급 업체로 선정된 한국HP와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사업자의 서버 가격 인하 요구로,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다는 분석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IBM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스토리지는 EMC와 HDS 진영의 2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SI 업체에 휘둘리지 말고 서버 업체들이 가격 정책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버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한 서버 업체들이 이익을 내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며 “이번 프로젝트에 최대한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SI 업체나 발주처가 무리한 가격을 요구하면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 참여 관심 집중=국내 업체들의 참여 여부도 관심사다. 현실적으로 국내 HW 업체들의 참여가 어려워 보이지만, SI 업체의 선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최근 공공 프로젝트에 국산 채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내 HW 업체들이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업체로는 서버 부문에 삼성전자·유니와이드, 스토리지 부문에 엑사큐브시스템이 SI 업체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박병석 엑사큐브시스템 사장은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외산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시스템의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면서도 “대형 프로젝트 때마다 국산 스토리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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