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술
80·90년대와 2000년대 우리 경제를 이끈 것이 반도체와 휴대폰이었다면 2010년 이후 우리 경제의 원동력이 될 차세대 핵심 기술은 바이오기술(BT)과 나노기술(NT)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황우석 신드롬이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 내며 가히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바이오 기술 분야에는 황 교수에 이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릴 30∼40대 루키(Rookie)군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36)는 생명 현상의 열쇠인 마이크로 RNA의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세계 최초로 발견해 2003년 9월 이를 세계적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떠오른 신예. 지난 8월 한국과학재단 집계에 따라 국내 과학자 가운데 세계적인 바이오전문 저널에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한 학자로 기록되며 ‘여자는 기술에 약하다(?)’는 19세기적 발상을 깨뜨리기도 했다.
김빛내리 교수가 근무하는 서울대는 지난 4월 황우석 교수 못지 않은 세계적인 스타 과학자로 키우기 위한 ‘스타교수 육성 프로젝트’를 도입하고 그 첫 사업으로 예산 100억원 중 31억원을 김 교수가 근무하는 생명과학부에 집중 지원해 김 교수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박광욱 엠젠바이오 사장(35)은 세계 최초로 사람에게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복제 돼지 생산에 성공해 화제를 모은 이종장기 이식 연구 분야의 다크 호스이다.
박 사장은 지난 7월 무균 돼지에서 사람에게 이식할 췌도 세포(인슐린 분비 세포)를 개발한 데 이어 8월에는 항암치료 보조제를 생산하는 돼지를 복제하며 황우석 교수의 형질전환 복제돼지 연구를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얼마전 코스닥 진입을 위한 첫 단계인 기술성평가를 통과해 주목받은 바이오벤처 바이로메드의 김종묵 연구소장(33)도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김종묵 소장은 2002년 3월 혈관생성 억제 유전자를 이용한 관절염 치료기술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한데 이어 유전자를 이용해 심근염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한달 만에 또다시 국제저널에 게재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황우석 교수 연구팀에 속해 있는 강성근 서울대 교수(수의학과, 36)는 이병천 교수와 각각 황우석 교수의 왼팔과 오른팔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황 교수의 대를 이을 후계자로 평가받고 있는 ‘포스트(Post) 황우석’으로 알려져 있다. 강 교수는 황 교수팀에서 특정 형질을 갖는 동물을 만드는 연구를 주도하며 유전자 조작기술 대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가 하면 변영로 메디프렉스 사장(45)은 약물전달기술(DDS) 분야의 기술을 적용한 신약개발 연구자로 알려진 인물. 변 사장이 주도하는 신약개발 연구는 현재 임상 전단계이며 국내 최초로 모 다국적제약사에 라이센싱아웃 형태로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어서 조만간 국내 벤처가 개발한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나노 기술
바이오 기술 못지 않게 우리나라가 미래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분야가 다름아닌 나노 기술 연구이다.
석유 에너지 이후의 차세대 연료로 수소 에너지가 떠오르면서 각국은 ‘수소경제’시대를 대비해 이 분야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수소 에너지 실용화를 위한 관건 중 하나는 바로 수소연료를 대량 보관하는 저장기술. 지금까지는 수소의 끓는 점인 섭씨 영하 252도의 낮은 온도에서 수소 기체를 액체로 만들어 이를 특별 용기에 저장했지만 저장 재료 자체가 가격 이 비싸고 만들기 어려워 상용화가 쉽지 않았다.
이 장벽을 걷어낼 열쇠를 제시한 사람이 바로 우리나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이흔 교수(54)이다.
이 교수는 물에 유기용매를 첨가한 뒤 섭씨 0도 가까이 냉각시키면 얼음이 얼면서 미세한 공간이 생기며 그 안에 수소분자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이 교수의 연구성과는 올 초 세계적인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이주의 논문(Feature of the Week)’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영호 LG전자기술원 책임연구원(37)은 나노포토닉스 분야의 하나인 포토닉 크리스탈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이 대학에서 고체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최 박사는 현재 LG전자가 10년 후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 중인 차세대 광통신 소자 ‘포토닉 IC’ 개발을 총지휘하고 있다. ‘포토닉 크리스탈’이란 굴절율이 서로 다른 매질이 크리스탈처럼 규칙적으로 배열된 구조를 가리킨다.
최 박사는 빛이 포토닉 크리스탈 내에서 포토닉 밴드를 형성해 그 밴드 구조에 따라 빛의 진행이 차단되거나 모이는 등의 특이한 현상을 보이는 것을 이용한 이 기술을 응용, 광통신 소자· LED·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임형섭 석경에이티 사장(46)은 나노 무기 소재 분야의 신소재 개발과 상용화에 매진하고 있다. ‘비커 2개만 있으면 하루 종일 심심하지 않다’는 임사장은 한양대 무기재료학과 졸업 후 삼성SID를 거쳐 2001년에 석경에이티를 창업한 무기재료 전문가로 통한다. 임 사장은 유비쿼터스 기술의 핵심 인프라인 RFID 칩 회로를 저비용으로 간단히 형성할 수 있는 은 페이스트 소재를 개발, 최근 나노코리아 2005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이 수여하는 나노산업기술대상을 수상했다. 이 제품은 노광 과정 없이 인쇄 방식으로 간단히 전극 회로를 형성할 수 있어 5㎚ 이하급의 경우는 페이스트로 RFID의 대중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사장은 이 외에도 컬러필터,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소재, 광촉매, 치관 재료등 등 다양한 무기 나노 소재 개발에 앞장서 왔다. 이 회사의 MLCC 소재는 난공불락으로 알려진 일본 시장에 수출되고 있으며 광효율을 높여주는 광선택 흡수막 기술은 벤츠 자동차에 적용된다.
염근영 성균관대학교 교수(47)는 지난해 반도체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표면을 식각할 수 있는 나노 공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반도체제조시 마스크에 설계된 부분 가운데 불필요한 부분을 화학용액이나 가스를 이용해 제거하는 이 공정에서 염 교수팀은 가스를 사용하면서도 이 가스를 100% 가까이 중성화함으로써 반도체 표면의 전기적.물리적 손상을 최소화했다. 그동안 식각으로 인한 반도체 손상 문제는 무시될 수 있었지만 향후 반도체 회로 선폭의 감소추세에 따른 미래 나노급 차세대 반도체 제작에서 이 기술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대두돼 왔다. 염 교수의 연구로 무손상 식각을 위한 원천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함에 따라 수입 장비의 20%에 달하는 식각장비를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최헌진 연세대 교수(41)는 기존 반도체 소자보다 4배 이상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차세대 자성 나노 반도체 발광소자 개발에 매진하는 나노반도체 재료 분야 전문가이다. 자성 반도체 발광소자는 전자의 전하, 즉 전기적 성질을 이용하는 기존 정보소자와 달리 전기적 성질뿐 아니라 전자가 갖고 있는 자성을 동시에 이용한다. 이 때문에 메모리나 트랜지스터, 발광소자 등에서 기존 소자보다 적은 전력으로 대용량정보를 더 빨리 처리할 수 있다. 오는 2010년께에는 이 기술을 응용한 광저장장치, 스핀트랜지스터, 차세대 메모리 상용제품이 출시될 전망이다.
남원우 이화여대 교수(44)는 인공 생체시스템, 촉매, 신약 개발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과학자이다.
남 교수는 최근 실험실에서 합성한 효소 모방체를 사용해 공기 중의 산소를 활성화하는 산소화 효소 모델 시스템을 연구한 끝에 생체에서의 산소화 효소 역할 및 화학 반응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의 연구 결과는 생체 모방뿐만 아니라 산업체에서도 응용될 수 있는 지능성 촉매 시스템 개발의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