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보조금 논란과 함께 요금인하 문제가 통신시장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 가을 문턱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미 시민단체쪽에서 이동통신사업자들의 과다수익을 이유로 꾸준히 제기해 온데다, 9월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국회 일부에서도 요금 현안을 도마위에 올릴 예정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는 발신자번호표시(CID)의 기본서비스 편입이나 단문메시지(SMS) 요금과의 연계 인하 방침을 직간접적으로 간간이 내비친 바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침묵으로 일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마침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은 오는 20일 토론회를 열고, CID·SMS 등 부가서비스 정도가 아닌 이동전화 요금 전반에 대한 기존 규제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을 예정이어서 정통부의 통신시장 규제철학과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이에 본지는 지난 5월(참조 18일자 7면, 19일자 8면) 이동전화 요금인하 이슈에 대해 긴급 진단한데 이어 9월 국감이후 쟁점이 될 요금인하 논란을 상세히 분석해본다.<편집자주>
“CID 기본서비스 편입 방침은 밝힌 바 있지만 무료화를 얘기하진 않았다. 더욱이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SMS 요금인하는 원가산정 기준이나 정부의 규제범위를 고려할 때 말이 안된다.”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정보통신부 당국자의 생각이다.
그동안 이동전화 도감청, 단말기 보조금 현안에 묻혀 한발 비껴나 있었던 요금인하 이슈가 정통부를 다시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미 정통부의 실무 책임자인 김동수 국장이 “CID를 이동전화 기본서비스로 편입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공개한 마당에 해결책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CID 가입자 비중은 SK텔레콤·KTF가 각각 90%를 넘고, LG텔레콤의 경우 70%대에 이르는 절대적인 비중이어서 만일 기본서비스에 포함시킨다면 기본료가 1000∼2000원 가량 상승하게 된다. 가입자들로선 기본료 인상 심리를 느낄 수밖에 없어 저항감이 불 보듯 뻔하다. 시민단체와 국회 일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요금인하를 결정한다면 CID를 기본서비스에 포함시키되 기본료를 그만큼 인하하는 수외엔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게 판단하긴 어렵다. 최근 1,2년새 겨우 순익을 내기 시작한 LG텔레콤의 경우 막대한 비중을 월 2000원의 CID 요금수입에 의존하는 탓이다. 정통부 당국자는 “현재 사업자가 요금을 인하할 만큼 수익 여건이 좋지 않을 뿐더러 지난 5년간 정부의 개입과 자율적인 요금경쟁으로 충분히 인하효과를 보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5년전과 비교할때 정부 개입으로 인한 요금 인하폭이 25% 정도지만, 요금경쟁으로 촉발된 다양한 요금제 덕분에 인하 효과는 훨씬 크다는 이유다. 사업자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LG텔레콤의 한 임원은 “현재 연간 이익을 내고는 있지만 아직도 누적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국내 경제전체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업자들도 꾸준한 수익보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실제로 정통부는 IMF이후 가장 어렵다는 올해에만 SK텔레콤·KTF가 WCDMA 투자에 9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비롯, 3사 모두 기존 망의 유지보수 투자에 연간 천억원대 이상을 들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통부·사업자-시민단체’간의 전통적인 논쟁수위를 넘어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이 기존 요금규제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을 촉구하고 나서 자칫하면 통신규제 철학의 이슈로 비화될 조짐마저 감지된다. 김 의원측은 자체 연구용역과 해외사례의 비교검토를 통해 “정통부의 일관된 소매요금 직접규제 방식이 오히려 소비자 후생은 물론이고, 산업 선순환 구조 구축효과도 저해했다”며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나설 태세다.
특히 올해 이동전화 3사가 단말기 보조금 불법 지급사례를 적발한 결과를 분석하고, 총 1조원 규모의 요금인하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여기다 지난 2002년 시행된 망내 통화요금 인하금지로 6% 안팎의 요금인상을 가져왔다며 정통부의 사업자 두둔식 정책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정통부도 할 말은 많다. 김 의원측이 사례로 든 해외의 경우 정부가 소매요금을 규제하지 않는 대신, 시장초기부터 통신망임대사업자 등에 대한 도매요금 규제는 개입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정보기술(IT) 산업 육성정책이 맞물리면서 한국적 특수성이 상당부분 고려됐다는 뜻이다.
정통부 당국자는 “해외에서는 영업·유통 과정의 효율화를 통해 요금인하 혜택을 가져왔다면 우리나라 사업자들은 그동안 축적한 네트워크·설비 투자의 효율화가 소비자 후생 증대와 함께 현재 이동통신 강국의 성과물을 가져오게 했다”고 반박했다. 도매요금 규제와 서비스 기반 경쟁을 추구해왔던 해외 각국들이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설비기반 통신 경쟁정책을 배우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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