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들간 인수합병 비용이 점차 확대되며 거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C넷에 따르면 올해 크고 작은 IT 기업들의 인수합병에 들어가는 평균 비용은 3500만달러를 넘어 1700만달러였던 2002년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 1월부터 9월까지 부채를 제외하고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대형 M&A를 발표 및 성사시킨 기업만도 11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발표된 대형 M&A 사례인 오라클-시벨 M&A 금액은 58억달러, 이베이의 스카이프 인수 비용은 26억달러로 이같은 추세를 뒷받침해 준다.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오라클과 이베이 외에 올해 9개월동안 일어난 IT기업들의 M&A건수는 약 3100건에 이른다. 작년 같은 기간(4400여건)에 비해 건수는 줄어든 반면 전체 인수 금액은 1099억달러로 비슷한 수준이어서 인수합병 한건당 평균 비용은 약 50% 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M&A 규모가 커지는 이유는 기업이 외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이 점차 사라져 인수 합병으로 매출규모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늘었기 때문이다. IT 산업이 커지면서 보안과 인터넷검색과 같은 특출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과거와 같이 연간 9%에 달하는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이유다.
또 하나는 대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도 가세했다.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톤의 한 분석가는 “요즘은 큰 기업일수록 이익이 높다. 거의 모든 기술 분야에서 가격하락에 대한 압력이 있지만 비용을 분산하고 건강한 판매마진을 유지할 수 있는 대기업만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벨 인수로 다시 한번 업계의 주목을 받은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회장은 “거대한 기업만이 이익을 유지할 수 있다. 새로운 고객들을 찾아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에 다른 기업을 인수하면서 고객을 확대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오라클은 2003년 6월 경쟁사인 피플소프트를 103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며 기록적인 대형 M&A로 주목받았다. 보안소프트웨어 업체 시만텍 역시 스토리지 업체 베리타스 인수에 105억달러를 투자, 대형 M&A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시만텍 CEO 존 톰슨은 “수년동안 소규모 기업들을 꾸준히 인수하며 급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규제가 심하고 케이블업계로부터 직접적인 경쟁 위협에 처한 통신 업계 역시 대형 M&A의 온상이다. 스프린트-넥스텔, SBC-AT&T, 버라이즌-MCI의 인수합병은 각각 수십억달러에 해당하는 대형 딜이다.
최근 M&A가 급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벤처기업 투자자들이 투자수익 회수의 수단으로 기업공개(IPO)보다는 위험요소가 적은 M&A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세일즈포스닷컴 처럼 기업공개 후 지속적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는 기업은 몇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대형 M&A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스카이프의 경우처럼 벤처기업이 신규 시장을 개척하면 몇년 후 대기업들은 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벤처기업을 사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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