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통신협력의 지평 넓히자

[통일칼럼]남북 통신협력의 지평 넓히자

최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 아직 몇 가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북한 핵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향후 남북 간 경제협력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분위기와 때를 같이하여 8·15 민족 대축전 행사와 남북 이산가족 영상상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또 북한 관광사업이 개성관광으로 확대됐고, 조만간 백두산 직접관광 시대도 열릴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이산가족 영상상봉의 성공은 통신분야 협력에 새로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역사상 최초로 시도된 이번 영상상봉은 남북의 통신기술자들이 상호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서로 다른 기술적 배경을 극복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남북 간 정보통신 협력의 기술적 장애물들은 단지 넘어야 할 산일 뿐이며, 중요한 것은 협력에 대한 남북 간의 의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해 주었다.

 그동안의 남북 간 통신협력사업을 평가해 보면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기존의 통신협력사업은 주로 남북철도·도로 연결사업, 금강산 개발사업, 개성공단 조성사업 등 다른 남북경협사업에 통신을 지원하는 차원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여타 협력사업에 대한 원활한 통신지원 역시 매우 중요한 과제다. 다만 통신분야 교류협력의 중요성에 비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미흡하고, 협력분야가 유선전화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2년 6월 남과 북은 ‘남북통신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교환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은 북한의 통신인프라 구축에 약 300억원의 직접 투자를 추진하려고 했다. 그러나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대북경제 제재와 같은 국제·정치적인 요인과 서해교전, 북핵문제 등 정치·군사적 요인에 의해 사업 자체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후속 협력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통신 인프라를 비롯하여 낙후된 사회간접인프라는 북한 경제개발의 가장 큰 장애물로 지적되고 있다. 북한의 시내전화 시설은 110만∼140만 회선으로 추정되며, 인구 100명당 보급률은 5∼6.3대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낙후된 북한의 통신인프라를 현대화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세계 최고수준의 이동통신기술과 경험을 보유한 남한은 북한의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에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북한은 태국의 록슬리사와 합작으로 GSM 방식의 이동전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2년 8월경 경제무역지대인 나진·선봉에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현재는 평양·개성·청진 등 주요 대도시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평양의 경우 이동전화 가입자수가 2만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2007년까지 북한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니나 투자재원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록 외국사업자가 북한의 이동통신시장을 선점했다고는 하나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라도 답보상태에 빠진 남북통신협력사업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통신협력을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교류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현 단계에서 대규모 통신협력 및 교류사업이 어렵다면 우선 작은 교류사업부터 실천해 보자.

 지난 6월에는 금강산 관광객이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개성공단이 활성화되고, 관광사업이 확대되면 방문자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에게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자. 최소한 북한을 방문하는 우리 국민에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남북 간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의 편의를 제고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이를 실현한다면 남북한 통신협력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남북 경협과 통신협력의 가장 큰 걸림돌인 북핵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 오랜 꿈이던 이산가족 영상상봉이 현실화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남북 통신협력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도 확인했다. 통신분야의 협력은 많은 투자와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통일된 정보통신강국을 실현하기 위해 백년대계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조민래 SK텔링크 사장 mlcho@sktele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