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전자무역이 돌파구다](https://img.etnews.com/photonews/0509/050920105801b.jpg)
요즘 첨단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겨루는 국내외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첨단제품의 강자라고 자부하던 일본 업체들이 반도체와 LCD 부문에서 ‘타도 한국’을 외치며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호주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덤핑제소가 잇따르는 등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심지어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새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인 ‘아이팟 나노’를 출시하면서 “삼성의 MP3플레이어보다 59%나 얇다”며 노골적으로 한국을 가리켰다.
한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최근 삼성이 MP3·노트북PC 등에 들어가는 16기가 플래시 메모리 개발의 쾌거를 알렸고, 태풍 카트리나를 뚫고 멕시코만에서 천연가스를 실어 나르는 LNG선은 한국에서 건조된 것뿐이라는 자랑스런 소식도 들려온다.
기업의 각축 못지않게 무역통계도 편안하게 관망하기 어렵다. 8월 말 현재 무역수지는 수출 1833억달러, 수입 1674억달러로 다행히 159억달러의 흑자를 보이나 작년 동기 대비 수입증가세가 15.8%로 수출의 11.8%를 조금 웃돈다.
세계 경쟁사들부터의 견제, 고유가와 같은 어려운 외부환경 때문인가, 쉬지 않고 신제품과 첨단기술 개발로 경제를 지탱하려는 우리 기업의 노력이 더욱 돋보인다.
이러한 개별기업의 노력 덕분에 외부적인 난관을 힘겹게 헤쳐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도 물류비 부담, 오프라인 거래방식 선호 등 내부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이 이뤄진다면 우리 기업들의 부담을 다소 덜어주고 대외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전자무역은 표준화된 문서와 전자적인 인허가 절차를 통해 무역절차의 획기적인 혁신을 가져와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지목되는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인적·물적 자원의 불필요한 낭비를 해소하는 대안으로 꼽힌다.
이러한 이유로 각국은 저마다 전자무역 인프라 개발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콩은 이미 지난 2003년 이래 디지털 무역(DTTN:Digital Trade and Transport Network) 인프라 구축사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자국 프로세스 자동화(ACE:Automated Commercial Environment)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일본·싱가포르·태국·중국 등이 유사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계획중이다.
국가 간 정부 및 기업의 문서를 전자화하려는 노력도 두드러지는데 아태경제협력체(APEC)·동아시아전자상거래연맹(PAA)·아시아유럽전자상거래연합(ASEAL)과 같은 다자간 협상에서 제안되는 내용을 보면 확연히 나타난다.
다행히 한국은 인터넷 보급, IT기술 그리고 정책적인 뒷받침 등이 토대가 되어 전자무역기반 구축 및 확산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세계에서도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APEC이 내놓은 전자무역 환경평가에서 한국은 싱가포르·홍콩과 함께 전자무역 적용 부문의 최상위 국가로 평가됐다. 싱가포르·홍콩 등이 도시국가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선도국가로 인정받은 셈이다.
실제로 전자무역 미래모형인 e트레이드 플랫폼 구축이 완료돼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시작되면 서류중복제출 해소, 사내 전자망 구축을 위한 기업의 개별 IT투자 절감, 수출가격경쟁력 향상 등으로 연간 약 1조9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시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달에는 세계 최초로 전자신용장 서비스가 출범하고 전자문서를 인터넷으로 연습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툴 개발이 완료되는 등 전자무역과 관련한 서비스가 계속 고도화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정부·무역협회 등 유관기관, 은행 그리고 무역업체 등 민·관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자리하고 있다. 전자무역의 실현을 위해 이렇게 정부, 관련업계 및 금융권이 함께 고민하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전자무역은 기업에 친화적이지 못한 내외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이자 모든 기업이 편안히 공유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이석영 sylee1657@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