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사업자에 대한 행정지도 및 규제 가이드라인을 놓고 현격한 시각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 부처 간 대립구도는 어떤 이유든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사안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다면 서둘러 이를 재조정하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 두 부처가 장외 공방만 주고받는다면 흔히 말하는 주도권 다툼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주 국내 4개 유선통신사업자가 시외·국제전화에서 담합했다며 모두 257억4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법적 근거가 없는 정통부의 행정지도가 이뤄지지 않도록 정통부에 통신시장 경쟁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정통부는 이에 대해 “행정지도는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차별을 금지한다는 확실한 법적 근거로 이뤄졌다”며 “행정지도를 논쟁거리로 삼은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고 공정위의 주장에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에서 과징금을 부과받은 통신사업자들은 “정통부의 행정지도를 충실히 따른 것이 담합 행위에 속하느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통신산업의 특수성에 따른 정통부의 행정지도를 따른 것이 담합이라고 한 것은 부당하며 곧바로 행정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의 통신규제정책과 이의 해석을 놓고 공정위와 정통부 등 정책당국과 통신사업자 간에 생각이 서로 달라 정면 충돌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사업자의 담합 행위 자체가 아닌 정통부의 행정지도, 나아가 요금인가제·유효경쟁정책 등 정책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제도개선을 요구하겠다고 밝혀 자칫 두 부처 간에 갈등이 격화될 수도 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공정위가 유선통신사업자들의 시내전화와 PC방 전용회선 담합에 1200억원의 과징금을 내린 데 이어 지난 15일 시외·국제전화 담합을 이유로 257억4200만원의 과징금을 또다시 부과했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들은 이에 대해 통신산업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통신시장에 경쟁이 도입되면서 진출하게 된 후발사업자들이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요금제를 내놓거나 약관에도 없는 할인제도를 실시하면서 시장혼탁이 극에 달해 행정지도는 필요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입비와 설치비를 면제하는 등의 행위는 기존 가입자들을 역차별하므로 정부가 이를 시정하라는 정통부의 행정지도를 담합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부처 간 시각차로 인해 유무선 통신업체들에 과징금이 잇따라 부과되자 통신사업자들은 이중규제를 받는 셈이라고 주장한다. 통신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번갈아 가며 과징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이는 이중규제하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정책과 규제는 상호 보완적 기능을 해야 한다. 산업이 활성화해야 규제도 가능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공정위는 자유경쟁을 요구하고, 정통부는 ‘유효경쟁’이라는 이름으로 규제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본다.
정부는 산업활성화를 위한 통신정책을 먼저 수립하고 이에 근거해 공정경쟁을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사업자들이 정부 지시에 따른 것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도록 해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정부 정책에 불신이 생길 수 있다. 두 부처의 시각차가 빨리 해소되지 않으면 정부의 통신정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공정위는 통신시장의 특수성, 당시 시장경쟁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며 본질을 벗어난 적법성 제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루빨리 통신시장의 규제 정책을 선진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찾는 데 두 부처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