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CEO에게 듣는다]스콧 맥닐리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회장 겸 CEO

[해외 CEO에게 듣는다]스콧 맥닐리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회장 겸 CEO

 “개방형 표준을 대표하는 업체로 업계 혁신을 이끌어가는 주축 역할을 하겠다”. 최근 공유(sharing)와 참여의 시대(the Participation Age)라는 컨셉트를 강조하고 ‘오픈소스881’를 지향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콧 맥닐리 회장 겸 CEO는 창간 23주년을 맞은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앞으로 대부분 제품의 소스를 공개하고 고객들과 함께 성장하는 윈윈 전략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맥닐리 회장은 또 “한국 썬 자바 연구센터에 앞으로 4년동안 50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 아시아 지역 자바연구센터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맥닐리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컴퓨팅 산업의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는가? 또한 이 분야에서 선두가 되려면 어디에 초점을 두고 투자를 해야 하나?

▲계정관리와 보안, 이 두 분야가 미래의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라고 믿고 있다. 사용자의 네트워크나 데이터를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거나 사용 환경이 안전한지 확신할 수 없다면 이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다. 참여의 시대(the Participation Age)는 신뢰가 곧 화폐나 마찬가지이며 사람들은 믿을 수 있는 기업하고만 거래를 원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주시해야 할 또 다른 분야로는 유틸리티 그리드를 들 수 있다. 선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다양한 그리드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컴퓨팅 그리드 비용은 CPU 하나에 시간당 1달러이며, 스토리지 그리드는 매월 GB당 1달러이다. 이런 가격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할 수 없다면 해당 서비스를 임대해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 보기를 권한다.

-선은 최근 ‘공유(sharing)’와 ‘참여의 시대(the Participation Age)’라는 컨셉트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컨셉과 향후 비전에 대해 설명해 달라.

▲ 선에서 ‘공유’는 전혀 새로운 컨셉트가 아니다. 사실 선이 설립된 1982년 이래로 우리는 더 넓은 커뮤니티와 기술을 공유할 때 더 큰 가치와 경제적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BSD, TCP/IP, 자바, 오픈오피스, 그리고 현재는 솔라리스와 같은 기술을 공유한 결과 우리는 지금의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자바 하나만 보더라도 추정하건대 전 세계적으로 1,00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선은 솔라리스 10에서 보듯 오픈소스를 지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향후 전략을 소개한다면.

▲이제까지 오픈 솔라리스와 DreaM 등 최근 오픈 소스 분야에 대한 선의 노력은 우리를 둘러싼 커뮤니티를 더욱 폭넓게 참여시켜 그들에게 오픈 소스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자체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반응은 굉장했다. 릴리스 후 오픈 솔라리스는 230만건이 다운로드 되었고, 처음 7주 동안 20건의 코드 제공이 잇따랐으며 이 중 3건은 소스 코드로 인정됐다.

앞으로 우리는 대부분의 제품 소스를 공개할 예정인데, 이는 고객들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보고 단점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어하는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다. 결국 모든 사용자를 위한 윈-윈 전략으로서, 참여의 시대에서 기업의 사고를 전환시키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자바 기술은 한국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자바 라이선스 문제를 포함해 이를 한국에서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자바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실시간 응용 프로그램, RFID, 원격 센서 및 컴퓨팅 그리드와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당사와 함께 912명의 JCP(Java Community Process) 멤버들이 자바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모바일 시장 중 하나로서, 3,400만 명에 이르는 휴대폰 사용자들이 벨소리, 게임, 비디오 콘텐츠 및 기타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선은 자바 커뮤니티가 한국의 이러한 단말기 시장과 함께 성장하며, 통신 사업자나 장치 제조 업체, 응용 프로그램 개발자와 더불어 새로운 기회를 창조해 가기를 바라고 있다.

-선은 최근 스토리지텍과 씨비욘드를 인수했다. 앞으로도 M&A 작업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비즈니스 영역을 향후 M&A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우리는 선의 솔루션 접근법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과 기업을 계속해서 찾아낼 것이다. 선의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구축된 솔루션을 통해 고객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사의 전략이다. 스토리지텍을 인수해 당사의 정보 라이프사이클 솔루션을 구축한 것이나 씨비욘드 인수를 통해 중요한 통합 기능을 자바 엔터프라이즈 시스템 소프트웨어 제품에 추가한 것이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합병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년 후 선은 어떠한 모습이 될 것으로 기대하나.

▲지금부터 1년 내에 전혀 새로운 모습의 신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며 최근 몇 년 간의 투자를 바탕으로 큰 수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술 산업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10년 앞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선이 계속해서 선택 및 개방형 표준을 대표하는 업체로서 업계 혁신을 이끌어가는 주축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MS와 같은 업계 선두의 컴퓨팅 회사들과 어떠한 방식으로 서로 경쟁하고 협조할 계획인가.

▲이제는 경쟁을 위한 협력, 이른바 ‘Co-opetition(협력을 통한 경쟁)’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경쟁 업체가 동시에 협력자가 되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선은 공급 업체들간에 배타적인 기술 제약 대신 진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방형 표준을 장려할 계획이다. 이러한 방침은 고객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고자 하는 선의 목표를 잘 나타내는 것으로서, 선의 새로운 산업 표준인 갤럭시 x64 서버가 하나의 예라 할 수 있다. 갤럭시 x64 서버는 솔라리스, 윈도, 리눅스OS 모두에서 실행할 수 있다. 앞으로의 경쟁은 사람들을 인위적으로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최상의 가치를 제공하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한국에 있는 R&D 센터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인가.

▲한국에 있는 선 자바 연구 센터는 정보통신부에서 최근 허가한 R&D 센터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서, 향후 4년 동안 5천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선의 아시아 지역 자바 연구 센터로서 자바 개발은 물론 더 나아가 모바일 및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블루 오션’을 찾는 것이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의 블루 오션은 무엇인가.

▲‘블루 오션’ 전략을 가속화하는 선의 방침은 ‘공유’라고 할 수 있다. 선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한 후에 이를 시장에 공유해 반응을 살펴본다. 자바처럼 앞으로 성공하게 될 ‘블루 오션’ 전략이 무엇이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공유를 통해 좀 더 빨리 시장의 반응을 평가할 수 있고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통해서 우리의 혁신 기술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

정리=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선’과 ‘자바’ 이름의 유래

1982년 설립된 선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와 개발툴인 ‘자바(Java)’는 IT 업계에서는 독특한 이름과 유래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선’은 세계를 비추는 ‘태양’의 의미이고, ‘자바’는 유명한 커피 이름이 아닌가. IT분야와는 전혀 상관없는 특이한 이름을 붙인 이유는 뭘까.

기업명인 ‘선(SUN)’은 ‘스탠포드 대학 네트워크(Stanford University Network)’의 약자다.

선의 시작은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의 발명에서부터 시작됐다. 1980년대초 스탠포드 공대 대학원생이었던 안드레아 벡톨샤임(Andreas Bechtolsheim)은 기존 부품을 이용해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컴퓨터를 개발한다.

그는 이 컴퓨터를 ‘스탠포드 대학 네트워크’ 의 머릿 글자를 따서 ‘선(Sun)’이라고 명명했다. 이 제품을 통해 벡톨샤임은 엄청난 사업 기회를 포착했을 뿐만 아니라 유닉스를 운영하는 ‘오픈’ 시스템에 대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디게 된다. 이후 안드레아 벡톨샤임은 비노드 코슬러(Vinod Khosla), 스콧 맥닐리(Scott McNealy), 빌 조이(Bill Joy)등과 함께 컴퓨터 회사를 공동설립하고, 그가 개발한 컴퓨터의 이름인 ‘선(Sun)’을 회사명으로 선택한다.

이 야심찬 출발이 오늘날 선의 토대가 됐다.

회사명과 더불어 선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바로 ‘자바’다. 자바는 월드와이드웹이 개발되기 시작하던 시기,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단순하고 버그없는 가전제품을 만들기 위해 개발한 언어다. 특히 수많은 가전제품에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각기 따로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기 위한 목적으로 출발했다.

1995년 5월,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선월드 95’에서 ‘자바’라는 이름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최초로 발표했다. 선은 이후 커뮤니티와 전세계 개발자의 참여를 통해 ‘자바’를 대중적인 언어로 발전시켰으며 기술적인 혁신을 지속해 오고 있다. ‘자바’라는 이름은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자바의 아버지’ 제임스 고슬링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자바’는 커피 재배지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섬 이름이다. 하루에 커피를 10여잔씩 마시는 ‘커피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바’가 고슬링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점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한편 제임스 고슬링은 커피광이면서 ‘흰색 티셔츠광’이다. 고슬링은 거의 매일 흰색 바탕에 여러가지 그림이 새겨져 있는 티셔츠에 청바지를 받쳐 입는다. 심지어 그의 딸이 “아빠가 제 결혼식에는 양복을 입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