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저가입찰 관행](https://img.etnews.com/photonews/0509/050920012053b.jpg)
◆맞짱토론-SW저가입찰 관행 무엇이 문제인가
◇참석자
이상욱
1979년 3월 육군사관학교(전산통계 전공) 35기 졸업
1986년 충청남도 기획관실 확인평가계장
1998년 충청남도 정보화담당관
2002년 충청남도 자치행정과장
2002년 8월 행정자치부 행정정보화팀장, 서기관
조풍연
1986년 원광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1986년 진로그룹 입사
1992년 동원그룹 전산실
1998년 메타빌드 대표
고순동
1981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83년 워싱턴대학 MBA
1983년 IBM SI 매니저
1992년 IBM아태지역 헤드쿼터 매니저
1996년 IBM 마케팅 이사
2003년 삼성SDS 전략기획 마케팅 상무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주목받는 국내 SW산업계에는 풀어야 할 큰 숙제가 있다. 일일이 열거하면 끝이 없겠지만 결국 저가입찰 관행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고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SI업체가 수주해 솔루션 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과정으로 이어지면서 수주업체들은 본전조차 찾을 수 없는 가격하락을 겪는다. 여기에 제안서비용, 과업내용 변경에 따른 금액조정, 하도급대금 부당감액 등 추가적인 비용들이 발생하며 SW산업 전반을 멍들게 하고 있다.
본지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함께 이 같은 악순환이 왜 이뤄지고 있는지,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를 모색하기 위한 ‘맞장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지난 13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의실에는 발주자, SI업체, 전문솔루션업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토론회를 시작하자 참석자들은 책임 소재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이상욱(행정자치부 행정정보화팀 팀장)=행자부 발주자로서 생각하는 문제의 원인은 이렇습니다. 그동안 발주자가 발주를 하면서 SI업체에 소프트웨어의 구매도 함께 맡깁니다. 그러다 보니 SI업체에 솔루션 업체들이 종속되고 SI업체는 제품보다는 거래관행과 입장을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물론 1차 책임은 행정기관에 있지요.
◇고순동(삼성SDS 상무)=반드시 SI업체가 솔루션을 포함한 모든 제품을 들고 들어가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현재 가격출혈 경쟁 때문에 SI 프로젝트의 수익성은 5%도 안 됩니다. 그 원인은 바로 ‘협상’이라는 관행 때문입니다. 가격과 기술을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다음에도 그 업체는 발주자와 또 다른 협상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저가를 제시해 탈락한 업체의 가격으로 공급가격을 낮춰줄 것을 요구받습니다. 안 깎아 줄 도리가 있겠습니까.
◇조풍연(메타빌드 사장)=항상 얘기의 중심은 발주기관과 SI사업자에 있습니다. 사업자 선정과정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의사결정 과정에 솔루션 업체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술과 가격평가 비중이 9대 1이건 8대 1이건 의미가 없습니다. 발주자와 SI업체 중심의 계약에서 솔루션 업체는 저가입찰에 대한 어떠한 얘기도 못합니다.
◇이 팀장=분리발주를 하고 기술 중심의 평가로 가면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가장 큰 피해를 본다는 솔루션 업체를 육성하기 위한 공정한 경쟁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조 사장=그렇다 하더라도 문제는 시장구조가 그렇게 안 돼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분리발주를 하더라도 SI업체가 개입되면 결국 SI업체의 임의적 선택권이 있을 뿐입니다. 현재 금융 부문을 비롯한 민간 정보화 프로젝트에서 발주자가 솔루션을 직접 선정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아 기술력 있는 솔루션이 공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공기관은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I업체에 위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아무리 공정성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SI업체의 그늘에 있는 솔루션 업체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표준계약서라는 것이 있지만 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공정한 솔루션 선정을 위해서는 분리발주가 아닌 품목별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고 상무=원도급과 하도급 사이에 낀 SI업체도 할 말은 많습니다. 그나마 하도급은 표준계약서가 있지만 원도급은 표준계약서도 없습니다. 발주기관이 요구하는 대로 끌려가고 있는 것이 SI업계의 현실입니다. 다만 반성의 차원이라면 그동안 SI업체들은 외형을 위해 무리한 수주를 해왔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이익이 없는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이에 따른 부담을 솔루션 업체에 전가했습니다.
SW 저가입찰 관행의 원인을 놓고 발주자는 SI업체를, SI업체는 발주처를, 솔루션 업체 양측 모두에게 원인과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솔루션 업체인 메타빌드의 조풍연 사장은 최근의 시·군·구 사업까지 들먹이면서 SI업체를 질타했다. 근본적인 문제 인식이 다른만큼 대안 제시에 있어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SI업체의 고순동 상무가 ‘반성의 변’을 이야기하자 격앙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다. 참석자들은 원론적인 비판은 그만두고 세부 각론의 문제를 토론하기로 했다.
◇고 상무=반드시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바로 제안서 보상 부분입니다. SI업체들이 분석하기로 현재 제안서 작성비용은 전체 원가의 2%에 달합니다. 상당한 금액입니다. 최소한 탈락한 업체에 대해 발주처는 제안서 보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 팀장=제안서 작성비용을 업체가 부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규정을 두고 줄 수 있으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규정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규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과업변경에 대한 금액변경도 일반 건축 분야는 비용을 주는데 SW 분야만 안 주는 것은 문제입니다.
◇고 상무=발주처의 역량부족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SW를 개발할 때 일부를 인도에 보내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SW 개발을 체계적으로 어떤 순서로 만든다는 것이 정리가 안 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른 과업변경은 필연적입니다. 업계에서는 평균 30% 이상의 추가비용이 과업내용 변경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조 사장=개발된 산출물에 대한 지재권도 명확히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개발된 산출물에 대해서는 수발주자 간 합의를 통해 지재권의 귀속을 명확히 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나중에 솔루션 업체들이 이를 재사용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고 상무=SI의 경우 유사한 프로젝트가 나오면 기존에 개발했던 기술을 다시 적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존 산출물에 대한 소유권이 없으면 문제가 됩니다.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개발자에게 소유권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팀장=지재권을 발주자가 가지면 행정기관이 시범적으로 개발한 시스템을 타 기관으로 확산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타 기관으로 시스템을 확산할 때 또 돈을 주고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것이 바로 예산 낭비입니다. 다만 수출할 때에는 지재권이 발주자에게 있으면 개발자는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각론으로 들어가 몇 가지 핵심 사안을 짚어 보자 각각의 입장에 따라 동의와 반대가 엇갈렸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초반보다 냉정한 톤이 유지됐다. 서로 다른 입장을 실제 목소리로 들어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조 사장=전체적으로 저가입찰 관행을 막기 위한 방안을 하루아침에 만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솔루션 업체의 입장에서는 공공기관에서 GS인증을 받은 우수한 제품을 우선 써주길 바랍니다. 공공기관의 솔선수범이 있으면 최저가입찰 관행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고 상무=제도적으로나 관행적으로나 3자가 모두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SI업체는 스스로 과거의 관행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습니다. 회사 자체적으로 이와 같은 일을 줄이기 위한 감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팀장=공공기관의 발주자는 형평성을 가지고 세금을 집행해야 합니다. 특정업체를 지원하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공정성을 유지하면서 발주관리를 하면 저가입찰에 대한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2시간여의 토론을 마치면서 참석자들은 문제 해결을 한순간에 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했다. 악수를 하면서 SW 저가입찰이 총체적인 문제인만큼 3자 모두 과거의 관행을 반성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웃으면서 악수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참석자들은 제한된 시간을 아쉬워했다.
정리=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