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급하면 평양에서 인터넷전화를 통해 서울에 있는 회사와 통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단둥이나 일본, 미국을 거치기 때문에 통화품질은 확실히 떨어집니다. 그래도 어떻게 합니까. 통화해야 하는데”
최근 평양 측 협상파트너와 IT 연구소 설립에 합의한 바 있는 A사 대표는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진행하면서 ‘통신’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표현했다.
이는 대북사업을 진행하는 대부분의 사업체가 겪는 공통적 어려움이다. KT와 조선체신회사와 분당 통화요금까지 합의했지만 개성공단에 있는 기업이 전화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제약이 많다. 5월 31일 개통 예정이던 남북 직통전화는 기약이 없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은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놓인 전화기에 줄을 서고 기다리면서 통화하는 진풍경마저 펼치고 있는 상황. 요금도 회선이 일본을 거치기 때문에 분당 1500원에 이른다. 서울에서 걸려오는 다급한 전화는 엄두도 못 낸다.
남북이 모두 ‘통신(通信)’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 특히 남측은 절실하게 느낀다. 그러나 제약이 많다. 북한이 통신 문제를 통신 안보 차원에서 접근, 체제 불안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자의적으로 통신을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룡천역 폭발사태 때 인근 휴대전화를 모두 수거했다는 사실은 북한이 통신수단을 보는 시각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북한 측과 수차례 협상을 통해 2개월 만에 역사상 최초로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이끌었던 맹수호 KT 사업협력실장은 “북측이 통신 개방에 소극적인 이유는 아직 체제 보장을 위해 여과하겠다는 의지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금강산 관광에 이어 개성, 백두산 그리고 평양 관광까지 제안하는 등 개방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어 단계적인 통신협정 체결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통우(通郵)의 경우 아직 시도하지 않았지만 이산가족에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등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더구나 남북 간 교류협력을 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중국, 일본 등을 거치지 않아도 돼 편의성이 보장됨은 물론 남북 교류를 급진전시킬 수 있다.
한 전문가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직항로가 열려 지금까지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교류도 활성화하고 있다. 경의선도 제약이 있지만 일단 연결된 상태다. 그러나 가장 절실히 느끼고 있는 통신과 우편은 단 한 걸음의 진전도 없다”라며 “민간에서 절실히 느끼고 있으나 남북 정부 측에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결과”라며 남한 정부에 우선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남한의 기업이 절실히 느끼고 정부에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정부는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남측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남북이 IT교류협력 의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미국의 전략물자통제체제 및 수출관리규정(EAR : 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은 현실적인 장벽이다. EAR은 미국 기술 또는 제품의 비중이 10% 이상이 되면 적성국에 수출을 통제하는 규정으로 미국 국내법이지만 미국 외의 기업에 대해서도 법적 효력을 발생시키는 역외적용성(Extraterritoriality)을 지니고 있다.
전자신문의 중대제안은 남북 경제교류의 핵심인 ‘남북 통신·통우 협정 체결’과 ‘남북 IT교류협력위원회’ 그리고 ‘EAR 대응방안’을 모두 담고 있다. 지난 5년간 남북 IT교류협력을 반성하고 향후 봇물같이 터질 IT교류에 착실히 대비하자는 뜻이다. 첫째, 둘째 제안은 남북 정부 모두에, 셋째 제안은 한미 정부에 촉구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전자신문의 제안에 대해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남북IT교류협력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할 때”라며 “정기국회에서 과기부, 통일부, 정통부에 촉구하겠다”라고 말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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