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장토론](3)통방융합 이슈와 정책

 정순경 (현)방송위원회 방송통신구조개편기획단장 82년 옛 방송위원회 공채 1기 98년 방송개혁위원회 실행위원

이기주 (현)정보통신부 통신방송융합전략기획단장 (현)중앙전파관리소장 81년 제25회 행정고시 2002년 세계은행 파견

 지난 15일 10시 15분께 마포홀리데이인서울에 이기주 정보통신부 통신방송융합전략기획단장이 도착했다. 20여분 지나 정순경 방송위원회 방송통신구조개편기획단장이 들어섰다. 둘은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사실 이 단장과 정 단장이 언론 앞에서 공식적으로 토론회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 국가 정책 기조인 통신방송융합정책을 놓고 국장급이 직접 만나기엔 부담이 크다. 한마디 한마디가 오해를 부를 여지가 다분하다. 지금껏 실무선인 과장·부장을 토론회에 앞세운 이유다.

 그렇다고 둘이 서먹한 사이는 아니다. 올해 초부터 정통부와 방송위는 통방융합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온 것은 사실이다. 지난 9개월이라는 기간은 그러나 두 기관에 서로를 ‘파트너’로서 이해하는 기본 토양을 만들었다.

 ◇이기주 정통부 단장=통방융합은 진화중이어서 향후 기술 및 서비스 모델을 정확히 예측하기 곤란해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상호 별개 영역이었던 통신과 방송이 네트워크·서비스·콘텐츠·단말기 네 분야에서 두 가지 속성을 모두 지닌 새 형태로 진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법제도적 측면에선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이 통방융합을 통신과 방송을 넘어선 제3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별도 법을 제정하는 등 법제화에 적극적이다.

 ◇정순경 방송위 단장=방통융합은 새로운 제3의 어떤 서비스가 창조되는 것이라기보다는 기존 서비스 및 기술이 진화한 서비스 간 결합이다. 즉 통신망 및 통신기술이 발전해 방송부문으로 확대하는 모습이 실체다. 통신자본이 직접 방송시장에 진입하는 양태가 세계적 추세라고 본다.

 유럽 및 캐나다 등 선진 각국의 경우에도 방송통신 융합형 서비스를 방송이나 통신이 아닌 제3의 별도서비스(시장)로 구분할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방송통신 융합시대 주요 화두는 이런 사업자들을 새로이 정의하고 규제를 합리화·투명화하는 것이다.

 IPTV의 경우 사업을 준비중인 KT와 하나로텔레콤조차 이를 방송으로 선전하고 있으며 일반 국민도 방송으로 인식하고 있으므로 방송의 공익성·공공성 확보 측면에서 콘텐츠 규제(진입·운영·편성 규제 포함)의 필요성이 여타 유료 다채널방송과 동일하다. 당연히 방송법의 영역에서 규율돼야 할 이유다.

 ◇이 단장=IPTV 서비스의 도입 및 활성화는 현 통방융합시대의 시급한 문제다. IPTV는 사업자의 서비스 제공 준비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문제로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규제체계 정비 및 정부기구의 개편문제 등을 논의하더라도 이와 별도로 IPTV 서비스의 우선 도입 추진이 필요하다.

 통신방송구조개편이라는 이슈 자체가 이념적·제도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시각이 엇갈린다. 구조개편위 설치문제도 쉽게 합의점을 도출키 힘들다. 통방 구조개편 논의가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되도록 하기 위해선 정부, 학계, 연구계 등 관련 전문가가 통신·방송계 인사로 균형되게 참여해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차원에서 통방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 단장=방송·통신이 각기 수직적으로 분리된 현행 정책·규제 시스템은 한계를 갖는다. 방통 융합과 경쟁 도입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정책 대안 수립과 기구 개편을 포함한 규제틀 설계가 시급하다.

 구조개편위를 만들어 국내외 융합 및 경쟁의 추세와 문제점, 산업·시장구조의 재편 방향을 분석하고 현행 규제 체계의 문제점을 공유한 가운데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논의를 진행함에 있어선 미디어 이용자인 수용자와 사회 각계 대표를 참여시켜 실질적인 사회공론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열린 논의틀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단장=통방 구조개편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론 논의를 전개하기가 용이치 않은 때다. 통방융합산업 제반 이슈 중 우선 순위를 정해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하는 차선책도 있다.

 구조개편위에서 논의할 통방융합 이슈는 이념적·제도적 차이로 인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논의의 결말이 언제 이루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융합서비스 산업과 같이 산업적·국민편익적 관점에서 빨리 활성화해야 하는 문제는 전체 구조개편위 논의와 연계하기보다 별도로 논의해 조기에 해결하는 것이 양자 간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정 단장=규제 체계 재정비가 시급하다. 국민의 매체복지 측면에서든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든 구조개편위의 조속 출범을 통해 정책방안과 입법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절차를 생략한 가운데 방송이나 통신 어느 일방 주도의 서비스 강행이나 특별법 형식의 임시변통은 적절한 해결방안이 아니다. 방통융합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방송·콘텐츠·통신 등 미디어산업 전반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방송통신 관련법 정비와 함께 방송위와 정통부로 이원화된 행정기관을 단일통합기구로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 단장=통방융합서비스산업은 기술적·경제적·사회문화적 측면에서 향후 진화방향 및 진행속도를 예측하기 곤란하고 융합 관련 산업의 범위·규모·수익성 또한 정확한 분석이 어렵다. 또 서비스 간 구분도 쉽지 않아 기존 법제도를 적용키 곤란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해외 각국에서도 융합서비스 초기 단계에선 사실상 규제를 하지 않고 있거나 매우 완화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지상파DMB, IPTV 등 통방융합서비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유효경쟁 정책방향을 정하는 것은 곤란하나 앞으로 경쟁매체와의 규제 형평성, 시장지배력 전이 문제 등 각종 공정경쟁 이슈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 시장상황에 맞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

 초기 시장형성 단계에서 신규서비스의 파급 효과 및 기존 시장에의 영향력 등을 지나치게 우려해 신규서비스 도입에 소극적이거나 기존의 법 제도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정 단장=방통 융합이 기업 간, 산업 간 결합을 강화시키고 기존 시장에서 갖는 지배력이 새 시장으로 전이하면서 시장 왜곡 우려가 있다. 또 특정기업의 시장지배력을 오히려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대응방안 마련이 필수적이다.

 통신시장에서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거대 통신업체가 아무런 규범 적용없이 방송시장에 전면 진입했을 때 기존 시장 잠식과 시장의 황폐화는 명약관화하다. 그간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 벌어진 가입자 유치 출혈경쟁, 통신비 부담 소비자 전가 등의 문제점이 그대로 방송시장에도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방송위와 정통부는 방통 망융합, 단말기융합, 시장 및 사업자 융합, 복합서비스의 출현이 가속화함에 따라 그에 대한 규제체제를 재정립하고 정책규제기관을 통합하는 방통구조개편의 논의구도에 대해 크게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당초 양 기관의 대립구도와 오해는 기관 해체의 위기감 내지는 주도권 경쟁 차원의 문제였으나 지금은 그간 논의과정에서 방통구조개편의 당위성과 본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단장=일부에선 통방융합 논의에서 정통부와 방송위 간 이견을 부처 이기주의라고 하지만 이는 상이한 정책이념 및 규제철학을 바탕으로 각각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온 통신과 방송 간에 융합을 향한 필연적인 산고의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통부·방송위 간 협의는 뿌리 깊으며 지난 6월과 8월에는 정통부 장관과 방송위 위원장이 참여하는 ‘통신방송고위정책협의회’를 2차례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 기관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문제, 이를테면 IPTV 등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통신부문에선 그간 OECD 수준으로 경쟁촉진, 규제완화 등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으나 방송부문은 상대적으로 경쟁정도가 낮고 규제강도가 강해 통신과의 융합 논의에서 경쟁촉진, 산업적 관점을 충분히 이해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향후 통방산업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통신 및 방송사업자는 자기 의견만 고수하고 상대방에 대해 적대적으로 대응하는 입장에서 탈피해야 한다. 융합시장에선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국민에게 양질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양측 사업자가 윈윈 하는 동반자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주기를 바란다.

 ◇정 단장=방통구조개편 작업은 관련 산업과 방송문화영역 새 틀을 짜고 국가적으로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며 민주국가 기틀을 다지는 중차대한 국정과제다. IPTV 도입방안, 소유 및 진입규제 완화, 공정경쟁 보장방안 등 현안들이 방통구조 개편이라는 큰 틀 아래 균형 잡힌 시각에서 논의될 수 있어야 하며 업계에서도 이를 위해 총의를 모아주길 바란다.

정리=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