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파운드리가 밀려온다.’
이는 한국 팹리스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지만, 역으로 국내 파운드리산업에는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 파운드리 한국 상륙작전=중국의 대표적 파운드리업체인 실리콘 매뉴팩쳐링 인터내셔널 코퍼레이션(SMIC)·그레이스 세미컨덕터 매뉴팩쳐링 코퍼레이션(GSMC)·상하이후아홍NEC(HHNEC) 등이 ‘한국상륙작전’에 한창이다. 월 10만장 규모의 웨이퍼 가공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SMIC는 국내 팹리스들이 가장 선호하는 0.18㎛ 공정을 중심으로 시장공략에 나선다. SMIC는 다반테크와 애그로텍을 한국내 디자인하우스로 활용하고 있다. GSMC는 0.15㎛ 공정을 기반으로 하이볼티지 기술을 앞세워 국내 LCD 구동칩(LDI)·시모스 이미지센서(CIS)·임베디드 플래시 수요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GSMC의 디자인하우스인 실리콘하모니 김준대사장은 “GSMC는 실리콘하모니를 독점 디자인센터로 지정하고 있다”며 “독점적 관계는 빠른 서비스 및 개발기간단축 등 현장 밀착형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월 4만2000장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HHNEC는 0.35㎛ 공정을 중심으로 한국 영업을 강화하고 점차 0.13㎛ 공정에도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NEC의 첨단 기술력을 앞세워 임베디드 EEP롬·임베디드 플래시 등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을 진행한다.
◇왜 한국인가=중국 파운드리업계가 한국시장에 관심을 두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 반도체산업이 종합반도체업체(IDM)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순수파운드리 기반이 취약하다는데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국내 시스템반도체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반도체 설계산업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위탁 양산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또 지금까지 중국은 주로 대만, 미국, 유럽 등의 팹리스업체를 타깃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으나, 지난해부터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면서 중국내 파운드리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것도 한국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한국 반도체산업의 득과 실=중국 파운드리업계의 한국 마케팅 강화는 단기적으로는 팹리스업계의 선택의 폭이 넓어져 국내 팹리스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팹리스업계 한 CEO는 “국내 파운드리 기반이 취약해 제품을 개발하고도 양산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국내 파운드리업계의 서비스 질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운드리 공정의 특성상 한 번 해외업체에 양산을 맡기면 계속해서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국내에서 양산이 가능한 제품까지 해외 파운드리에 맡겨야 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지리적으로 멀어 밀착된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최악의 경우 기술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도 우려된다. 또 순수파운드리가 동부아남반도체 하나 뿐인 국내상황을 고려할 때 국내 팹리스업계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져 국내 파운드리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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