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취업이 뭐기에…

[미래포럼]취업이 뭐기에…

가을이다. 가을은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지만 캠퍼스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요즘 캠퍼스에는 필자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70년대 대학의 낭만을 찾을 수 없다. 교수들은 연구하느라 바쁘고, 학생들은 취업문제로 정신이 없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경우 국내 최초로 교무위원급 취업진로지원처를 신설, 대학의 주요 지표로 삼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본의 아니게 이 부서의 장을 맡고 보니 새삼 취업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사람은 많으나 사람이 없고, 자리는 많으나 갈 데가 없다’는 말 그대로 구인난과 구직난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선 일할 사람이 없어 구인난에 허덕이고, 대기업은 매년 대졸자의 상당수를 채용해 가면서도 졸업자의 질이 형편없다고 볼멘소리를 해댄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인력을 알맞은 곳에 배치하는 선발기제가 와해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릇 사회 구성원들에게 각기 능력과 적성에 맞는 적절한 직업의 기회를 부여해야 사회가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 세칭 3D 업종에서부터 모든 사람이 열망하는 판·검사나 의사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직업이 있고, 이 직업들을 누군가는 감당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당대에 세계 최강이던 로마제국이 멸망하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이 3D 업종 중 하나인 군대를 자국민으로 유지하지 못하고 용병인 게르만족에 의존하게 됨에 따라, 바로 이들에 의해 멸망하였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돈 많이 벌고 편한 직종에만 매달리고, 힘들고 어려운 일들은 외면해 왔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와 경제 규모가 수용할 수 있는 대졸자 일자리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진학한 결과, 상당수가 졸업을 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국가적인 인력자원 낭비다. 물론 대학 설립을 인가해 주고 정원을 마구 늘린 교육당국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겠지만 그들을 비난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두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대거 이전했지만, 외국 기업은 강성노조와 비싼 인건비에 비해 질 낮은 노동력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로 진출하기를 꺼린다. 여기에 IT 도입도 일자리 감소에 일조했다. 많은 기업이 IT를 도입할 때 인건비 절약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IT를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노동 수요를 창출하기보다는 기업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한다면 이는 우리가 기대했던 지식사회를 이루기는커녕 오히려 고통만 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20세기 초 반산업화 운동인 다다이즘처럼 반(反)디지털혁명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을까.

 피터 드러커는 저서 ‘미래사회’에서 새천년의 장밋빛 예상보다는 고령사회, 노인사회의 도래에 대한 경계심이 더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드러커의 진심 어린 충고보다는 그의 입을 빌려 미래사회의 청사진만을 선별하여 듣고 싶어했던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는 냉정히 되짚어 봐야 한다. 지난 60, 70년대 저출산 장려 인구 정책이 불과 30년 만에 너무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이었음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불과 30년 만에 사회의 흐름이 이렇게 바뀔 동안 그 똑똑하다는 정치인과 경제관료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는 연정이다 지역구도 탈피다 하며 정쟁을 일삼지 말고, 머리와 마음을 합해서 민초들이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김준형 경희대학교 취업진로지원처장 jhkim@kh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