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컴퓨팅업체, 혁신 조직 만들기 한창

 외국계 컴퓨팅 업체들이 혁신적인 조직 만들기에 나섰다.

 최근 컴퓨팅 업계가 인수합병(M&A) 등으로 제품과 업종 간 경계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업체 간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혁신 조직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국내 주요 외국계 컴퓨팅 업체는 이 같은 시장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조직의 시너지를 배가하기 위한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했다.

 ◇통합 조직이 뜬다=외국계 컴퓨팅 업체들은 혁신적 통합 조직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대표 유재성)는 본사 지침에 따라 7개 사업본부를 상품 및 서비스·사업·오락 및 기기 등 3개 사업본부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조직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조치다. 상품 및 서비스본부는 윈도 운용체계(OS), 서버 및 툴, MSN 등을 맡는다. 사업본부는 오피스와 중소기업(SMB) 솔루션을, 오락 및 기기본부는 X박스와 휴대형기기 등을 총괄한다.

 권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사는 “3년 전 1개의 사업본부를 7개로 쪼개 핵심 역량을 육성했다면 지금은 통합을 통해 경쟁력을 배가해야 하는 시대”라며 “컴퓨팅 시장은 M&A 등으로 통합 경쟁력이 조직 및 기업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조직 개편 이유를 설명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사업 다변화를 위해 조직 쪼개기에 열을 올렸던 외국계 컴퓨팅 업체들이 최근 통합을 중시하는 시장 분위기에 따라 통합 조직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과거 통합 조직과 달리 기업 조직도 제품이나 기술처럼 혁신을 통해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최근 영업 조직인 커스터머솔루션그룹(CSG)을 3개 사업부로 통합하는 조직 개편을 마무리한 한국HP(대표 최준근)는 각 사업부의 독립 책임 운영에 포커스를 맞췄다. 영업부와 사업부 분리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가 종종 발생하면서 조직이 경쟁력이 떨어지자 영업 조직을 발전적으로 해체키로 결정한 것이다.

 한국HP 관계자는 “사업부의 독립성과 책임감이 강조되면서 대고객 서비스가 개선됐다”며 “조직 단순화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M&A, 혁신 조직 주도=M&A 열풍도 컴퓨팅 업체의 조직 혁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M&A는 단순한 사업부 통합을 넘어 기업 대 기업 간 통합이라는 점에서, 인수 기업이나 피인수 기업 조직 모두를 뒤흔드는 사건이다.

 특히 컴퓨팅 업계에서 최근 M&A가 과거와 달리 업종 간 경계 구분없이 이뤄지면서 인수 업체들은 M&A 후 조직 개편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대표 유원식)는 지난달 말 본사가 테이프 저장장치로 유명한 스토리지 업체인 스토리지텍 인수를 완료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한국스토리지텍의 통합에 착수했다.

 한국썬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스토리지 조직인 데이터관리그룹(DMG)을 발족했다. 한국스토리지텍 통합이 단순하게 테이프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관리 시장에 진출하는 신호탄임을 알리기 위해서다.

 김근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전무는 “한국썬은 DMG 조직에서 서버 못지않은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M&A에 따른 신규 조직은 디스크 부문, 테이프 부문, ILM 솔루션 부문 등 3개 비즈니스 조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오라클(대표 키스 버지)은 올해 전사자원관리(ERP) 업체인 피플소프트와 세계 1위 고객관계관리(CR188M) 업체인 시벨시스템스 인수에 따라 국내 1위 애플리케이션 사업 조직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교현 한국오라클 상무는 “본사 차원에서 M&A에 따른 제품 및 조직 통합에 주력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애플리케이션 조직 강화에 큰 힘이 실리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촉각=국내 컴퓨팅 업체들은 외국계 업체들의 조직 혁신 노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적인 조직 변화 흐름에 뒤처질 경우 국내 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시장 진출 기회마저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호 영림원소프트랩 전무는 “국내 컴퓨팅 시장이 오랜 기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컴퓨팅 업체들의 조직 개편이 잇따르고 있다”며 “외국계 컴퓨팅 업체들의 조직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