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BS의 백점짜리 답안지는?

성호철

 “KBS의 경영은 0점이라면서요?” 최근 문화관광위원회의 방송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를 지나면서 방송계에서 회자되는 농담 아닌 농담이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이 공개한 방송위의 ‘방송평가 심사보고서’에서 KBS는 ‘경영 효율성’ 항목(30점 만점)에서 0점이었다. MBC는 11.25점, SBS는 18.75점을 받았다. 물론 어폐는 있다. 경영효율성 항목은 경영 상태만을 보기 위한 것으로 적자를 내면 당연히 ‘0’점 처리된다. 전체 평가 점수가 1000점인데 달랑 30점짜리 항목으로 왈가왈부할 계제가 아니다. 심사보고서에서 KBS1TV가 총점 838.29점으로 지상파TV 3사 채널 중 1위였다. 그래서 농담이다.

 그러나 KBS의 지난해 적자 규모는 638억원이다.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 물론 공영방송인 KBS가 꼭 흑자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흑자를 너무 많이 내도 공영방송사 특성상 올바른 경영이 아닐 수 있다.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방송위의 ‘2004 방송사업자 경영분석’에 따르면 이런 적자 상황에서 KBS의 인건비는 4403억원에서 4617억원으로 2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2004∼2005년 지상파 방송3사의 연장방송 매출자료’를 분석한 결과 “KBS와 MBC, SBS 지상파 3사가 편법적 방송연장을 통해 각각 203억원, 107억원, 65억원 등 모두 375억원의 광고수입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이쯤 되면 농담이 아니다.

 KBS를 비롯한 지상파방송사들은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빌려 쓴다. 그만큼 사회적인 책무는 무겁다. 방송 콘텐츠 공익성이 방송산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843는데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공공재산을 쓰는 대가이자 의무다. 때문에 방송위와 기획예산처는 최근 KBS에 방송발전기금과 국고에서 152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방송 콘텐츠 공익성을 전가의 보도로 사용해 방만한 경영을 하라는 뜻은 아닐 터다.

 27일 정연주 KBS 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방송협회가 정보통신부에 ‘지상파방송 재허가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해 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연장 이유 중 하나가 통·방 융합시대라서 그렇단다. KBS에 필요한 것은 편법으로 얻으려는 ‘흑자 기조’보다 통·방 융합시대를 맞아 산업 전체를 위한 올바른 길잡이 역할일 터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