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자금은 끊기고 평가결과는 구조조정으로 이뤄질지도 모른다.’
2006년이 한국 벤처캐피털 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캐피털들이 아연긴장하고 있다.
3일 관련 정부당국 및 기관·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이 모태펀드 운영기관인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벤처캐피털 전면 평가에 나선 가운데 내년도 정부 자금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신규 조합(펀드) 자금이 예정돼 있지 않아 내년에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벤처캐피털업체는 펀드결성에 심각한 한계를 겪을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1998년 이후 벤처펀드 손실액이 무려 687억원에 이르며 또한 벤처캐피털업체들이 펀드자금을 빼내는 등 위법 행위를 여전하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등 구조조정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내년에는 자의든 타의든 문을 닫는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속출하는 등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 분위기다.
◇평가결과 파장, 상당=국내 활동 벤처캐피털 102개사 모두에 대해 지난 8, 9월 두 달간 이뤄졌던 평가결과는 이르면 내주 확정된다. 그러나 이 평가결과가 공개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평가결과가 거의 도출됐으며 조만간 중기청과 평가결과 공개 및 활용 여부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중기청은 평가결과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결과를 업체 선정 등에 반영해 부실 벤처캐피털은 도태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본지 7월29일자 1면 참조
업계는 중기청이 공개 여부를 떠나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기관 또는 민간이 의뢰하면 어떻게든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규 자금 대폭 감소도 한 몫=당장 내년에는 올해 3대 자금줄 가운데 2곳인 국민연금관리공단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의 신규 투자가 불확실하거나 사실상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국민연금과 통신사업자연합회는 올해 각각 1500억원과 970억원을 출자했다.
국민연금 김희석 대체투자팀장은 “내년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벤처투자가 한번 투자시 소진하는데 2년 이상 소요되는 만큼 신규 투자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가능성이 작음을 암시했다.
통신사업자연합회는 사실상 더 이상의 신규투자를 안할 방침이다. 연합회의 김진영 실장은 “2003년 출범 당시 올해까지 3년간 벤처펀드를 결성하기로 했다”며 “당분간은 신규투자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내년에는 옥석 가려질 것=업계와 전문가들은 평가결과가 반영되고 또한 자금이 갑작스럽게 줄어드는 내년에는 경쟁력 있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가 판별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벤처컨설팅업체인 ATG컨설팅의 배재광 사장은 “투자자 모집에 한계를 보이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정석 벤처캐피탈협회장도 “일부 업체로 인해 업계 전체의 이미지가 흐려지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 업체들이 정리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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