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앉으셨군요. 그런데 정말 의자에 앉은 걸까요? 아니, 당신은 의자 위 1옹스트롬(1Å=100억분의 1미터) 상공에 떠 있습니다.”
언제 누가 새로운 이론으로 세상의 기본을 뒤집을지 모르지만, 현존 인류가 이해하는 과학으로는 사람과 의자 사이에 ‘1옹스트롬 정도의 공간’이 남아 있다. 사람과 의자 안 전자들이 1옹스트롬 이상 서로 가까워질 수 없어서다. 전기적으로 음전하를 띠는 두 물체의 전자들이 서로 밀어내기 때문이다.
지난 1975년 도쿄대학 사사키 요시유키 교수는 ‘작은 전자를 넣는 박스’에 주목했다. 그 박스는 ‘양자 도트(Dot)’다. 양자 도트는 전자 한 개를 제어하겠다는 것. 구체적으로 전자 한 개로 구동하는 트랜지스터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양자 도트를 구현하면 웬만한 슈퍼컴퓨터로 10조년이 걸리는 연산을 1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덩치 큰 슈퍼컴퓨터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게 될 것이다.
도대체 전자 한 개로 트랜지스터를 구현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일까. 1나노(10억분의 1)미터보다 10배쯤 더 작은 공간(1옹스트롬)의 안쪽을 구성하는 입자 중 하나인 전자를 다뤄야 한다.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뭉쳐 있고, 그 바깥에 전자가 구름이나 안개처럼 흩뿌려져 있다. 그 안에서 전자 하나를 골라 이리저리 다루어보겠다는 것이다. 조금 우회해서 원자에 접근해보자. 사람 눈은 1㎜부터 사물을 분간하기 어렵다. 1㎜를 똑같은 크기의 1000개로 나누면 1마이크로미터(㎛)다. 미생물인 짚신벌레가 2㎛ 정도다. 이를 거꾸로 되짚어 작은 물방울 속에서 헤엄치는 짚신벌레를 맨눈으로 보려면 물방울 지름을 12미터로 확대해야 한다. 그 안의 ‘원자’를 보려면 물방울 지름을 24㎞로 거듭 확대해야 한다.
실로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작은 공간에 놀라고, 그 공간에서 작업하려는 과학자들에 두 번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