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인천 지역의 조그만 벤처 기업이 전세계 TFT LCD 시장을 석권한 삼성전자, LG필립스LCD, BOE하이디스 등 국내 3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로부터 일제히 SW공급계약을 따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주인공은 TFT LCD 설계와 생산 공정을 전산모사(시뮬레이션)하는 SW, 즉 TFT LCD 캐드 툴 개발업체 사나이시스템(대표 윤상호)이다.
이 벤처기업은 국내 디스플레이업체에 이어 지난해와 올해 TFT LCD 생산강국인 일본, 대만의 주요 제조업체에도 잇따라 TFT LCD 캐드 툴 수출계약을 따내면서 설립 3년만에 일본 쉰텍, 독일 오트로닉맬쳐스 등 경쟁기업을 제치고 당당히 전세계 TFT LCD 캐드 툴 시장 1위를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미래 디스플레이의 꽃’으로 불리는 TFT LCD 시장에서 국내 SW의 가능성을 발견한 이 업체의 성공신화 뒤에는 충실히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그 성과를 기업에 이전해 상용화를 할 수 있게 도와준 대학이 있었다.
인하대학교 컴퓨테이셔널 일렉트로닉스센터(센터장 원태영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2000년 9월 정보통신부로부터 대학IT지원센터(ITRC)로 선정된 이후 6년 째 캐드/캠(CAD/CAM)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컴퓨테이셔널 일렉트로닉스센터가 개발하는 캐드/캠 프로그램은 사나이시스템에 기술이전한 TFT LCD용 SW 뿐 아니라 PDP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반도체, MEMS 등 IT분야를 망라한다. 분야별로 인하대, 한양대, 경북대, 중앙대, 이화여대 등 6개 대학 11명의 교수와 60여명의 석박사 과정 전문 연구자들이 긴밀한 협업체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 이 센터의 경쟁력이다.
센터는 특히 2∼3년 전부터 유럽 등과 국제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원자 단위의 반도체 구조물을 설계, 분석하는 차세대 나노반도체 모델링 연구를 수행 중이다. 나노반도체 모델링 기술이란 초고집적도 반도체소자(CMOS) 제조 공정에서 실리콘 기판에 붕소 등 원자(나노) 크기 불순물들을 이온주입하거나 확산하는 과정을 원자단위로 측정, 시뮬레이션하는 기술.
이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하면 나노반도체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차세대 나노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인터뷰/원태영 인하대 컴퓨테이셔널 일렉트로닉스 센터장
원태영 센터장(41)은 “TFT LCD용 CAD툴 개발이 가능했던 것은 기업과의 원할한 산학협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테스트할 제품을 가진 기업과 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대학이 지속적으로 첨단 연구 결과를 공유한 결과 시장성을 갖춘 우수한 기술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CAD라고 하면 건축도면설계 프로그램을 떠올렸지만 지금은 첨단 반도체의 밑그림을 그리는 핵심SW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강국인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무궁무진한 분야입니다.”
원 센터장은 앞으로 2∼3년 내 나노반도체 분야에서 또 한 번 CAD 툴 상용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