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표준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특히 미세 공정과 같은 차세대 공정 분야는 물론이고 플래시 메모리카드 분야, 모바일 인터페이스 분야 등 전방위 공세를 펴면서 분야별 새로운 표준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노력의 배경에는 이제 반도체 시장도 표준을 지배하지 않으면 세계 최강의 자리에서 언제든지 밀려 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또 50나노 이하 첨단 공정과 포스트 300㎜(12인치) 웨이퍼 등 차차세대 반도체는 한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도 주목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국반도체산업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한국 중심의 표준화기구 설립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표준 주도 현황=삼성전자는 최근 선진 반도체업체 간 공동연구 컨소시엄인 ‘세마텍’(SEMATECH)에 가입했다.
세마텍은 선진 반도체 제조기술의 개발 및 연구를 위해 1987년 설립된 반도체 연구개발 컨소시엄으로 인텔·AMD·IBM·TI·필립스·TSMC·인피니언·프리스케일 등이 소속돼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기술 표준화 회의인 JEDEC(Joint Electrical Device Engineering Council) 회장사를 맡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올 6월에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회의를 개최, 메모리 제품군 내 부문별 표준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모바일용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인텔·ST마이크로·TI·노키아·모토로라·ARM 6개사와 함께 모바일 관련 인터페이스 기술 표준 논의단체인 MIPI(Mobile Industry Processor Interface)를 발족했으며, 플래시 메모리 카드의 기술적 표준을 논의하는 MMCA(Multi Media Card Association)의 의장을 맡아 메모리 카드 표준화 활동도 주도하고 있다.
이 밖에 기존에 미국 주도로 진행돼 온 반도체시장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1994년 일본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 산하 일본반도체산업연구소(SIRIJ)가 설립한 민간법인인 SELETE의 공동 프로젝트인 ‘아수카(Asuka)에도 참여하고 있다.
◇의미와 전망=세계 반도체 산업은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대만 순으로 무게 중심의 이동이 진행돼 왔다. 이 때문에 세계 반도체 표준시장에서의 영향력도 90년대 말까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와 다양한 세계 최초 기록을 앞세워 세계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의 세마텍 가입으로 일본업계에서는 “이제 한국의 삼성이 일본업체를 따돌리고 미국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맺는 전략을 세웠다”며 “업계 차원의 대응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실 세계 선진 반도체업체들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후발인 삼성전자가 표준화기구 가입을 통해 주는 것 없이 가져가기만 한다’며 삼성전자의 회원 가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DDR2·DDR3, 50나노대 낸드플래시 세계 최초 개발 등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면서 이제 세계 반도체 표준화기구들은 삼성전자를 세계 반도체 표준의 중심권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세계 반도체 업체들은 경쟁상대인 동시에 함께 시장을 키워나갈 파트너”라며 “연대와 협력을 통해 표준화와 미래 기술을 지속적으로 선도, 세계 1위의 반도체 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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