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중소협력업체에 6600억 지원 의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금융 및 경영지원 협약식’을 마치고 협력사 대표들이 축하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 노준형 정보통신부 차관, 김규복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김종열 하나은행장(왼쪽부터) 등이 악수를 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금융 및 경영지원 협약식’을 마치고 협력사 대표들이 축하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 노준형 정보통신부 차관, 김규복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김종열 하나은행장(왼쪽부터) 등이 악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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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3000여 협력 중소벤처기업을 돕기 위해 제안한 ‘상생경영 종합프로그램’은 대·중소기업 협력모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신용보증기금이 설립된 이래 지난 30년 동안 민간 대기업이 직접 자금을 출연해 중소기업 지원에 쓰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관행상 민간 대기업이 직접 나서서 금융기관·보증기관과 공동으로 실질적인 자금지원 체계를 만든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올해 초 청와대가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경제살리기의 화두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제시한 뒤, 주요 그룹사들의 노력은 있었지만 이번 경우는 매우 실천적이고 구체적이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노준형 정보통신부 차관도 인사말을 통해 “심각한 경제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주요 과제로 추진중”이라며 “정통부는 이번 SK텔레콤의 협력사 지원제도가 국내 경제를 받치고 있는 IT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상생방안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유망 IT 벤처기업들의 자금난 해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SK텔레콤이 제안한 자금지원 방안은 크게 세 가지. 우선 신용보증기금에 출연하는 20억원은 12.5배에 해당하는 보증서를 발급할 수 있게 되고, 하나은행은 이를 담보로 협력 중소기업들에 저리로 약 300억원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또 ‘콘텐츠제공자(CP) 대출’과 구매계약을 한 협력사 대상의 ‘미래채권 담보대출’도 SK텔레콤·하나은행이 개발한 중소기업 자금지원 프로그램으로 돋보인다. CP 대출은 SK텔레콤에서 최근 1년간 발생한 해당 정보이용료의 최대 80%선까지 개별기업에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나은행이 보장한다. 이를 통해 총 1300억원의 자금이 저리로 지원될 전망이다.

 미래채권 담보대출을 통해서도 구매계약 금액의 80%까지 지원이 가능해 총 5000억원의 저리 융자 혜택이 중소 협력사에 돌아갈 수 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기업이 직접 나서 십시일반 힘을 모으자는 데 의미가 크다”면서 “다른 대기업들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하나은행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협약에서 가장 고무적인 성과는 단순 자금지원을 넘어 SK텔레콤·하나은행·신용보증기금 3자가 해당 중소기업들에 경영지원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춰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경영컨설팅 및 기업공개(IPO) 절차 자문과 해외진출 및 세무·회계 업무 지원, 신용보증기금은 경영자문을 각각 지원키로 했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중소 협력사들에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이미 올 초 사내 온라인 교육프로그램 가운데 30개 핵심 주제를 선정해 외부 협력사들에 제공했고, 내년부터는 협력사 경영지원에 집중 나설 계획”이라며 지속적인 상생경영을 약속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인터뷰-김신배 SKT사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이날 행사 내내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협력사의 경쟁력이 곧 우리 회사와 전체 산업의 경쟁력임을 알아야 한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겸손함을 잊지 않았다. 비단 개별 기업의 이익 공유 차원을 넘어 이제 대·중소기업 간 상생문화가 보편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지원 자금이 소진되면 추가 출연도 생각하고 있다.

 김 사장은 “중요한 과제는 중소기업들이 취약한 경영관리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일회성 자금융통보다는 중소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춰 대기업과 지속적으로 공존공생할 수 있는 역량이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는 “2년 전부터 그룹 차원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신가치 경영이 결국 밑바탕이 됐다”면서 “고객과 회사 구성원을 초월해 중소 협력사와 가치를 공유해야 할 때가 왔다”고 소신을 밝혔다.

 김 사장은 지난해 2월 취임한 이래 사내에 비즈니스파트너관계(BR) 관리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중소 협력사 지원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이번 자금지원 협약에 이어 협력사 경영컨설팅·교육 등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확대해 침체된 국내 IT 산업에 새로운 상생모델을 만들어 보겠다는 게 김 사장의 포부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