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를 바라지 않아요. 우리도 어느 정도 현실은 파악하고 있으니까요. 그저 좋아하는 게임과 관련 대회 준비에 몰두할 수 있는 작은 연습공간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조만간 e스포츠 협회 소양교육을 받고 나면 신규 공인 종목에 첫 프로게이머로 등재 될, 하지만 아직까지는 준프로게이머이자 프로지망생의 한탄섞인 얘기다.
국내외 e스포츠의 대표기구인 한국e스포츠협회의 공인 종목 확대와 프로게이머 발굴·육성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직업으로서의 프로게이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협회는 e스포츠 대중화 사업의 일환으로 인기 온라인 게임을 속속 공인종목으로 추가 편입시키는 한편 해당 종목 게이머의 프로입문을 적극 유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서 나온 예비 프로게이머의 하소연처럼 대다수의 프로, 준프로 게이머의 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다.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활동하는 몇몇 고액 연봉 선수 및 스폰서를 갖춘 팀 소속 프로게이머 외에는 소액 연봉은 고사하고 연습실 조차 갖추지 못한 채 PC방을 전전하는 프로게이머가 허다하다.
이러한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프로게이머를 선망하고 꿈꾸는 청소년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동시에 현실의 높은 벽을 겪어 본 후에는 프로의 꿈을 접고 되돌아가는 청소년도 집계가 안될 뿐 부지기수다. 한창 자신의 꿈을 키우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해야 할 10대 시기에 짧게는 몇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허비할 수도 있는 이러한 프로게이머에 대한 열망과 좌절이 그저 꿈을 실현시켜보려는 하나의 경험쯤으로 여기기에는 개인적,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크다는 느낌이다.
공인 종목이 늘고, 프로게이머가 많아진다고 해서 그것이 곧 e스포츠 대중화이고 프로화인양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단시간에 공인 종목과 프로게이머 수를 확대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공인종목과 대회, 그리고 배출된 프로게이머가 팬의 기대에 얼마나 부합하고, 나아가 원활하게 유지 발전하면서 e스포츠 발전 및 대중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느냐에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신규종목과 해당 프로게이머 양적 확대에 앞서 대회와 기존 프로게이머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육성 방안부터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