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힐 스트리트 중심에 위치한 ‘사이언스 아츠(Science Arts)’. 전통 중국 의약품을 취급하는 약재 전문점이다. 일반 한약재에서 건강 보조 식품까지 수 백 가지에 달하는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직접 제조한 상품도 있고 일부는 중국에서 조달해 싱가폴 현지에 공급하고 있다. 건강에 민감한 동양인의 심성 때문인지 다소 주춤한 싱가폴 경기와 달리 건강 보조 식품은 싱가폴 현지에서도 유망 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사이언스 아츠는 싱가폴 내에 수백 개의 비슷한 상점이 있지만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사업 규모를 자랑한다.
사이언스 아츠를 주목하는 이유는 전통 사업과 IT시스템을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모든 업무 프로세서를 모빌리티 기반으로 전환하면서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생산성도 높였다. 특히 비슷한 경쟁업체와 비교해 확실히 차별화 했다.
사이언스 아츠는 이제 모빌리티 시스템을 앞세워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태동 = 사이언스 아츠의 태동은 지난 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학 장비의 과학(Science)과 해부학 모델 제작 기술(Arts)에서 이름을 따서 설립했다. 기업 초창기에 그렇듯 처음 2년 동안은 자본과 현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 ‘구원 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지금의 CEO인 탄 리 훅(Tan Lee Huak) 사장이다. 탄 사장이 맨 처음 착수한 일이 사업과 목표를 재평가하는 것이었다. 그는 기존 양약 중심에서 중국 의약품과 허브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또 생산 전지기지로 중국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마케팅과 영업 방식도 ‘180도’ 바꾸었다. 유통업체에서 제품을 돌려 받는 대신에 그곳을 방문해 40∼50% 할인 판매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마케팅· 프로모션 비용을 대신하는 방식으로 재고 관리 비용을 절감했다.
◇황금기 = 사이언스 아츠는 80년대 중반 중국 시장이 개방되면서 큰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착실히 중국 내 생산 기반을 다진 덕분이었다. 판매 지역도 싱가폴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넓어지면서 주문이 쏟아졌다. 이 때 탄 사장은 또 한 번 결심을 한다. 바로 브랜드 사업이다. 그는 “경쟁업체가 늘고 가격 할인이 이어지면서 매출은 늘지만 전체 수익은 감소하는 결과가 반복 됐다” 라며 “고유의 중국 허브와 의약품을 대표하면서 믿음을 줄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것이 지금의 사이언스 아츠의 대표 브랜드인 ‘메이 후아(Mei Hua)’다. 다행히 메이 후아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품질 덕분에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IT와 만남 = 비즈니스는 승승장구했지만 탄 사장은 제품의 수급 불일치로 늘 골머리를 앓았다. 이를 위해서는 주문과 처리의 통합이 필요했다. 여기에 당시 싱가폴 정부는 모든 중국 의약품에 배치 번호와 유통 기한을 인쇄하고 상품의 이동을 추적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미 사이언스 아츠는 90년대 초 업계에서 처음으로 전산화를 시도한 기업이다. 계산과 구매 관리를 위해 독립형 데스크톱PC를 도입했던 것. 결국 탄 사장은 HP의 협력업체인 실크 테크놀로지스(Silk Technologies)와 공동으로 IT시스템을 HP 기반의 ‘E-솔루션’으로 통합했다. 사이언스 아츠는 HP LC2000 엔터프라이즈 서버를 통해 백엔드 시스템을 통합하고 프런트 엔드는 배치 번호와 만기일 추적 기능이 가능하도록 HP VL400 워크스테이션을 구축했다. 영업 사원에게 셀룰러 GSM·GPRS 기술을 사용해 백엔드 서버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는 HP 568 PDA를 지급했다. 새로운 모바일 영업 시스템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동기화하면서 내근과 외근 사원 모두의 생산성을 크게 높여 주었다. 각 영업 사원당 일일 방문 고객 평균 수도 10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나고 매출 면에서도 20∼30% 상승하는 효과를 올렸다.
싱가폴=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인터뷰-탄 리 훅 사이언스 아츠 사장
“IT는 업무 효율 뿐 아니라 제품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HP와 공동으로 업무 환경을 모빌리티 기반으로 바꾸면서 이를 다시 한번 느껴 습니다. 서비스 환경이 크게 개선되면서 그만큼 고객의 만족도도 올라간 셈이죠”
탄 리 훅 사이언스 아츠 사장은 “갈수록 시장 경쟁이 치열해 지는 환경에서 결국 차별화하는 길은 남보다 앞서 변하는 것”이라며 “변화를 위한 토대는 역시 IT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는 직접 기업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진리”라고 덧붙였다.
사이언스 아츠의 모빌리티 환경은 HP가 자랑하는 대표 사이트다. 모빌리티 환경으로 바꾸기 전에 사이언스 아츠는 주문 요청의 에러, 고객과 영업 팀의 커뮤니케이션 불일치, 재고 관리의 어려움 등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업무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면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모빌리티 환경이 준 제일 큰 변화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업무 프로세서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덕분에 생산성도 크게 올라갔습니다. 당연히 고객 서비스도 개선됐습니다. 고객 신뢰가 높아지면서 기업 브랜드도 동반상승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HP는 사이언스 아츠의 정보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기 위해 협력사인 실크테크놀로지스를 중심으로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HP 서버와 워크스테이션, 핸드 헬드 제품, 서비스와 솔루션을 결합했다. 이 결과 표준화된 사이트가 아닌 사이언스 아츠 만을 위한 시스템 구성이 가능했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여러 번의 수동 데이터 입력으로 인한 이중 계산과 같은 에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며 실시간으로 판매와 재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탄 사장은 “비즈니스와 시장 환경이 변하듯이 기업도 끊임없이 변하는 게 생존 비결”이라며 “IT는 단순히 생산성 향상을 위한 충분 조건이 아닌 이제는 꼭 갖춰야 하는 필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HP 모빌리티 전략
HP 모빌리티 전략의 핵심은 기업과 개인 고객이 글로벌 변화에 대응해 디지털 콘텐츠와 정보서비스를 안전하고 빠르게 연결하고 공유해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네트워크 인프라에서 시스템· PDA까지 넓은 제품과 서비스 라인 업을 갖추고 있다. 특히 HP의 모바일 서비스는 측정 가능하고 안전하게 정보를 보내고 받을 수 있도록 신뢰성 있는 솔루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HP의 모빌리티 전략은 크게 4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안전하고 간편하며 휴대가 편하며 모든 업무를 손 안에서 가능하게 하는 모바일 기기의 개발이다. 두 번째는 모든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 고객에게 언제 어디서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산업 표준에 맞는 인프라와 솔루션 제공이다. 셋째는 통신사업자가 콘텐츠 서비스를 관리하고, 전달하게 만들 수 있도록 음성과 데이터 네트워크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객 문제를 해결하고 HP의 제품· 서비스와 인프라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휴,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얻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