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무역수지 적자,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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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무역협회의 조사 결과가 충격적인 것은 우리나라의 글로벌 기술 무역수지 수준 자체가 아니라 최근 수년간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정부 정책의 효과를 단기간에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만 오히려 적자 폭이 확대됐다는 측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일단 기술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전세계적으로 통하는 원천기술 개발 △보유 기술의 효과적 홍보·마케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기술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선 정부를 중심으로 산·학·연 공동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현재 우리나라 상품 무역수지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기술 무역수지 적자가 큰 문제로 인식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국내외 기술 개발 경쟁이 격화되면서 무역수지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미 작년 기준 기술수출 1억달러는 상품 수출 16억달러의 효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천기술 개발에 매진해야=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한 ‘원천기술 확보’보다는 당장 팔 수 있는 상품을 만들기 위한 ‘상용화’에만 집중한 것이 현재와 같은 만성적인 기술 무역 적자가 발생하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단기적인 제품 상용화뿐만 아니라 미래 영속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박팔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역시 막대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 분야의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를 위한 연구’는 이제 그만=대학과 연구소의 연구개발(R&D) 결과물이 상용화에 한계를 보이고 있어 기술 무역수지 적자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즉 이들 기관이 상용화보다는 이론에 치우친 R&D를 펼쳐,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모 벤처기업 대표는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실용성보다는 논문과 아이디어를 위한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를 할 때 과연 사업성과 상용성이 있는지를 우선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고성철 산학연전국협의회장(한남대 자연과학부 교수)도 “대학이 연구 과제 확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과제를 상품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대학 자체적으로 평가시스템 등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수출 시스템을 갖춰야=정부는 기술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 및 환경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다. 우리나라의 수출 시스템이 유형의 상품에 집중돼 있어 무형의 기술을 수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술을 전문으로 평가하고 수출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기술을 해외에 알릴 수 있는 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범수 무역협회 무역진흥팀장은 “국제 무역 환경이 상품 중심에서 기술 등 서비스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