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품 소재업체를 대상으로 외국 업체들의 터무니 없는 발목잡기식 특허 소송이 이어지면서 산업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일부 외국 기업은 제품이 출시되기도 전에 연구개발 단계인 데도 막무가내식 소송을 제기하고, 1심에서 패소해도 줄기차게 항소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국내 업체가 시장 진입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케 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호야는 최근 국내 전문업체인 에스엔에스텍이 자사 블랭크마스크 특허를 침해했다며 생산 중단 및 5억원의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블랭크마스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핵심 부품으로, 호야가 국내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면서 작년에만 1800억원 정도를 국내에서 벌어갔다.
에스엔에스텍 측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로 시장에 나오지도 않은 제품에 대한 특허권 주장은 국내 업체를 견제하고 제품 개발 의지를 꺾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도체 제조의 핵심 소재인 CMP패드를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미국 롬앤드하스는 SKC가 최대 수요처인 삼성전자에 CMP패드 납품을 시작하자 특허 침해 소송을 냈지만 패소한 뒤 다시 항소했다. SKC 고위 관계자는 “우리와 롬앤드하스 제품은 소재가 다르기 때문에 2심 승소도 자신한다”고 설명했다.
LED 원천 특허를 갖고 세계 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니치아도 특허심판원에 자사 특허 등록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어 국내 LED 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해당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외국 업체가 이제 막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업체를 상대로 한 ‘발목잡기용’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특허심판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 업체의 특허 관련 소송은 8월까지 54건을 기록, 작년 전체 65건의 80%를 넘어섰다. 2003년에는 같은 내용의 소송이 41건에 그쳤다. 이와는 반대로 특허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비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2003년 41건 중 외국 업체의 특허권 주장이 받아들여진 사례는 8건이었지만 작년에는 65건 중 단 2건에 불과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한 건도 없다.
세종법무법인의 박교선 변호사는 “한국이 세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심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부품 소재 관련 특허 소송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동준·한세희기자@전자신문, djjang·hahn@
시간·비용 낭비…산업기반 위협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최근 3년간 외국 부품·소재업체의 국내 업체 대상 소송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