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 서울대 교수팀, 지구 진화 실마리 밝혀내

국내 연구진이 지각 내부의 마그마가 높은 압력을 받으면 전혀 새로운 성질의 원자구조를 가지게 되는 원리를 실험으로 규명해 냈다. 이 원리는 지구가 진화한 과정과 앞으로 남은 지구 수명을 추정하는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이성근(34)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팀은 미국 카네기 연구소, 아르곤국립연구소와 공동으로 비정질 재료 중 하나인 유리질 보래이트(B2O3)이 고압에서 새로운 구조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25일 밝혔다.

비정질 재료란 유리, 액체, 지각 내 마그마와 같이 원자가 불규칙적으로 배열된 물질로 비정질의 원자구조를 알아내는 것은 현대과학의 숙제로 남아 있다.

연구팀은 두 개의 다이아몬드 사이에 유리질 보래이트를 넣고 누른 뒤 입자가속기 내에서 강력한 비탄성X선을 쏘이는 방법으로 B2O3를 분석한 결과 B2O3가 보통의 기압(1기압)에서는 보론(B) 원소 2개와 산소(O) 3개로 구성돼 있다가 기압이 4㎬(약 4만 기압)로 올라가면 보론 하나 당 4개의 산소를 갖기 시작해 약 22㎬ 상태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보론이 4개의 산소를 갖는 전혀 새로운 구조의 물질로 바뀌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지각 시스템 변동의 근원 물질인 마그마가 고압의 지구 내부 환경에서 달라지는 원인을 규명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즉 지구형성 초기는 마그마 바다로 불리우는 용융체로 구성돼 있다가 압력의 변화 등으로 지각과 맨틀로 변화하며 현재의 지구로 진화했다는 것. 연구팀은 마그마 바다에서의 이러한 분화과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지구가 살아있는 행성으로서 지구조운동을 할 때 필요한 방사성 동위원소 량을 측정해 지구의 남은 수명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근 교수는 “지구환경학적인 의의 외에도 다양한 광학·나노 산업 등에서 유리질 재료를 이용해 신소재를 개발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소재 분야 국제 저널인 네이처 머티리얼 11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