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양말을 세 번 갈아신자.’
일본 가전유통 전문점 데오데오(DEODEO, http://www.deodeo.co.jp)의 행동 규칙 중 하나다. ‘양말을 갈아 신자’는 규칙이 만들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영업·AS사원이 소비자 가정을 방문할 때 신발을 벗으면 날 수 있는 발냄새를 없애자는 것이다.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면 발에 땀이 나고, 냄새 나는 발로 고객의 집을 방문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 같은 규칙을 만들었다. 집 거실을 하루에도 몇 번 쓸고 닦는 주부의 마음을 이해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양말 세 번 갈아신기’로 알려진 데오데오는 일본 전자전문점의 강자다. 1947년 5월 설립됐지만 최근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계기로 재기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일본 전역에 소형가전 전문점 519개를 포함한 624개 점포에서 가전기기와 정보통신기기 등을 판매하고 있다. 자본금은 192억9400만 엔이지만 지난해 매출이 2444억6000만엔을 넘어설 만큼 유통 파워가 대단하다. 직원 수는 2952명(임시직 포함)으로 1인당 1억엔을 육박하는 알찬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 장점은 ‘고객을 너무도 잘 안다’는 것이다.
세계 최강의 제품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수년 전부터 데오데오를 배우고 있다. 지난주 60여명에 이르는 국내영업 담당자들이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데오데오 판매전략과 서비스 전략을 배워오기 위해서다. 매년 지속하는 행사다. 제품 경쟁력은 최강이지만, 대고객서비스는 아직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에 삼성영업맨들은 자주 일본 길에 오른다. 그곳에서 제품 진열은 물론이고 매장운영 혁신방법, 마케팅 방법 등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국내 대리점들이 총집합한 국내영업 경영전략발표회에서는 데오데오 영업점을 동영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 회사의 ‘SW경쟁력’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역 상권 내에서 경쟁유통사와 차별화하기 위한 ‘점포운영 기법·손님모으기·제값 받는 소매’ 등이 그것이다.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일부 점포에서 내걸고 있는 ‘한발 앞선 아침, 아침이 특별하다’는 슬로건도 데오데오 마케팅 기법을 벤치마킹한 결과물이다. 먼저 매장을 열어 고객을 맞자는 슬로건이다. 올해 우수대리점으로 선정된 디지털프라자 공릉역점(대표 윤병찬)은 대리점 내에서 DVD타이틀 등을 무료로 대여해주기도 한다. 디지털프라자 대치점(대표 김용진)은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해 아예 ‘사전AS’라는 제도도 운용중이다. 고객 불만이 발생하기 전에 서비스를 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아침조회가 일상화되고, 전자레인지 코너에는 직접 음식을 가공, 시식하는 일도 잦아졌다. 현장에서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찍은 사진을 포토프린터로 현상해 주기도 한다. 매장에서는 ‘진열이 판매다’ ‘모든 제품은 전원을 켜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삼성전자 백남육 상무는 “디지털 프라자 유통 체계는 대부분 갖춰졌다”며 “점포별 SW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여서 일본 유통 신흥 강자인 데오데오의 변화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국내영업 담당자들이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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