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로서의 ‘스타크래프트’를 이야기할 때면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드는 소재가 하나 있다. 이는 프로게이머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라기 보다는 프로 축구나 프로 야구계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로 단순한 화젯거리를 넘어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한다. 바로, 군대 이야기이다.
프로게이머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가 최전성기라고들 한다. 20대 중반만 되어도 머리와 손이 굳어 젊은 친구들을 당해내기 힘들다. 더구나 20여개월 동안 게임과 멀어져 있다가 다시 예전의 감각을 찾아 젊고 어린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은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복학생’이 촌스러움을 벗어 던지는 것 이상으로 힘든 일이다. 실제로 군 복무 이후 정상적인 프로게이머로 복귀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상무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사실 상무 게임단의 창단은 과정에 있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상급 부대의 고급 지휘관중 한 명이 결심만 하면 된다고 한다. 다만 그 결심이라는 게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이다. 그 이유와 근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국민적 합의’다. 국민적 합의란 e스포츠가 얼마나 많은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대중화된 엔터테인먼트인가 하는 면에서 일단 말을 꺼낼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e스포츠 관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e스포츠가 더욱 대중에게 가깝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다 흥미 있게 리그를 꾸미고, 재미있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그 정도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도 정부에서 먼저 프로게임 상무팀 창단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상무팀 이야기를 꺼냈고, 김진표 교육부총리도 ‘국방부 장관과 논의한 바 있다’는 다소 구체적인 발언을 했다. 그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부에서 이런 의사를 표시하게 된 배경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상무팀이 생긴다면 군 내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으로 실추된 대 국민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정부에서 이처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선다면 게임단 창설의 필요충분조건은 대부분 갖춰진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다소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상무팀 창단은 이미 8∼9부 능선은 넘어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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