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산업 글로벌 경쟁 시대

국내 모바일 게임 개발사 간 덩치 키우기 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다. 대형 리딩기업과 중견기업, 그리고 중소개발사로 이어지는 업체간 수직·수평적 세 모으기가 본격화되면서 게임 개발은 물론 퍼블리싱과 연관 마케팅까지 단일 개발사 간 경쟁에서 집단경쟁 체제로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모바일 CP업계 내부에서 합종연횡식으로 벌어지는 이 같은 세 결합의 의미와 전망, 그리고 과제 등을 알아본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몇몇 대형 개발사를 제외하고 중소 개발사 단독의 힘만으로는 생존과 발전을 모색하기 극히 어렵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게임 개발은 물론 개발 전후의 기획과 마케팅에서 어느새 규모의 경제 시대로 접어들었고, 나아가 규모의 경쟁이 힘을 얻고 있는 시점이다. 이를 유통업에 비유하자면 동네 구멍가게의 경쟁에서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등 거대한 파워 싸움으로 치닫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 대형 CP, 불특정 다수 향해 협력 ‘러브콜’

최근 컴투스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컴투스가 국내 중소 개발사를 대상으로 제시한 것은 한마디로 컴투스와 손잡고 중국 시장에 진출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동안 단독으로 진행해 온 중국내 모바일 비즈니스에 대해 솔직한 설명과 함께 홀로는 더이상 해외 시장 진출이 어렵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국내 개발사간의 협력이 이 설명회의 주된 목표지만 동시에 국내 리딩기업 컴투스가 하나의 경쟁 상대로 여겨온 불특정 다수 개발사를 상대로 러브콜을 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개발사별 규모를 막론하고 특정 개발사가 여타의 다수 개발사를 상대로, 그것도 공개적으로 제휴 및 협력 관계를 요청한 사례는 그동안 없었다.

이에따라 성급한 듯 보이지만 글로벌 모바일 게임사를 지향하는 컴투스의 본격적인 세 모으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컴투스는 ‘블루인터렉티브’, ‘펀토리’ 등 10개 이상의 국내 중소 개발사 게임을 중국에 소개해왔고, 이번 설명회를 통해 50여개 개발사가 새로 컴투스와 손잡고 중국 시장 진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앞세운 컴투스의 세모으기 행보는 결국 동전의 양면처럼 국내 시장에 대한 자연스런 세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 여름 800만달러의 외자유치 후 컴투스가 밝힌 신규 비즈니스는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는 것이었지만 동시에 국내 퍼블리싱 사업에 대한 의지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컴투스는 개발사 난립에 따른 국내 모바일 산업의 비효율성을 가장 우려해 온 대표적인 개발사인 동시에 퍼블리싱 사업 진출을 통해 어느 정도의 업계 재편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컴투스는 액션게임 전문 ‘픽토소프트’처럼 장르별 전문 개발사의 게임을 퍼블리싱 중이며 몇몇 개발사의 특정 장르의 게임도 국내 퍼블리싱을 위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앞서 나온 중국 시장 진출에서 능력있는 개발사와의 연대는 자연스럽게 국내 시장에서 퍼블리셔로서의 위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본격화된 세 불리기 움직임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을 보면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던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가 많다. 게임 하나를 내놓더라도 치밀한 기획과 마케팅, 나아가 분업화된 전문 퍼블리셔가 연계돼야 가능하다는 논리다. 온라인 게임사가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고, 전문 퍼블리셔를 표방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중소개발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수평적 연대 내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 연계 고리를 구축해가는 일이다.

올초 ‘게임네오’, ‘모아이테크놀러지’, ‘엠버튼’, ‘테크론시스템’ 5개 개발사가 연합해 만든 통합 마케팅 법인 ‘엔포미’는 중소 개발사의 수평적 연대의 표본이다. 시장 정체와 함께 업계 구조개선과 자본 강화 등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급선무로 대두된 가운데 대기업 위주의 수직적 강제적 개선이 아닌 자율적인 수평적 개선의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엔포미 장준화 사장에 따르면 “콘텐츠의 대형화 및 양분화, 그리고 경쟁심화에 따른 마케팅의 중요성 증가와 대형 사업자 중심의 시장 변화를 보면서 새로운 모바일게임 문화와 사업비즈니스 구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시장 상황 악화와 변화에 따른 역량 집중화가 가장 절실했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면에서 다르지만 ‘웹이엔지코리아’처럼 스스로 키운 강점을 최대한 살려 여러 개발사와 제휴 및 협력관계를 구축해가며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중견 개발사가 의외로 많다. 웹이엔지의 경우 블랙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라이선스 확보를 바탕으로 ‘이매그넷’, ‘오릭스’, ‘엠버튼’ 등과 외주 내지 개발 및 서비스 책임 분담 형태의 지속적인 협력체제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엠조이넷’의 일찌감치 ‘짜요짜요’ 캐릭터를 활용한 시리즈 게임을 외주 제작사를 통해 개발 서비스했다.

웹이엔지 전유 사장은 “회사를 키워나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강점은 최대한 살리고 단점은 최대한 줄이는 것”이라며 “우리는 라이선스 확보 등 대외 비즈니스 역량은 최대한 살리고 반면 개발 리스크는 줄이는 차원에서 외주 및 공동 제작이라는 방법을 적극 활용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웹이엔지는 이러한 외부 개발사와의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조만간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 모바일 업계의 잠룡 ‘넥슨-엔텔리젼트’

공개적으로 드러난 움직임은 없지만 국내 모바일 업계에서 수직적 연대로 가장 큰 세력를 갖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엔텔리젼트’다. 정확히 말하면 온라인 게임사 넥슨을 백그라운드로 한 ‘넥슨-엔텔리젼트세’라 할 수 있겠다.

‘넥슨’의 경우 모바일 개발사 ‘엔텔리젼트’를 인수하기 전부터 모바일 메이플스토리 개발사로 잘 알려진 ‘그래텍’과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엔소니’ 등 모바일 개발사와 라이선스 형태의 관계를 맺어왔다.

또한 ‘넥스-엔텔리젼트’ 체제 구축 이후에도 엔텔리전트를 정점으로 개발 분야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외부 개발사가 10여개 사에 이른다. 특히 현재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를 모태로 신작 모바일 게임 2개가 외부 개발사에서 완성돼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카트라이더’ 캐릭터를 활용한 4개 게임이 연말까지를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넥슨-엔텔리전트’세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견 개발사로 ‘지오스큐브’가 꼽힌다. 대작 모바일 RPG 분야에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지오스큐브’는 최근 넥슨의 게임 어둠의 전설을 개발한데 이어 ‘크레이지아케이드 BNB’ 캐릭터를 이용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있어 ‘넥슨-엔텔리젼트’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엔텔리젼트의 경우 치즈케익프로덕션과 아치소프트를 산하 주력 개발스튜디오로 거느리면서 동시에 모기업 넥슨의 인기 캐주얼 게임 및 캐릭터를 활용한 모바일 비즈니스를 활발하게 전개해 가며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 및 업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 쉬운 게임 개발 및 줄대기 문제 해결돼야

어떤 식으로든 규모의 경쟁 시대에 걸맞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개발사는 없다. 이미 그런 시대로의 변화는 시작됐고, 대형 온라인 개발사의 모바일 게임 시장 진출과 해외 자본의 유입 등이 이를 증명한다. 수직적이든 수평적이든 개발사 간 연대 및 제휴 협력관계를 통한 세 확보는 업계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문제는 규모의 경쟁이 자칫 자본의 경쟁으로 인식되거나 규모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단지 머릿수만 많이 채우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중부대학교 게임공학과 노창현 교수는 “규모의 경쟁은 단순이 자본의 크고 작음이나 대기업간 경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획, 개발, 마케팅 등 하나의 게임이 기획되고 서비스되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전문화되고 분업화된 체제를 구축하는 것과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나가는 경쟁이라면 규모의 경쟁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소개발사의 무분별한 대기업 줄대기 경쟁도 우려되는 점중의 하나다. 순수 창작게임 개발을 통한 자체 능력 확대보다는 유명 원작의 판권 확보 및 이를 활용한 손쉬운 돈벌이에만 관심을 갖게 될 때 중소 개발사의 생존 경쟁력과 수명은 점점 짧아지게 될 것은 자명하다.

전문가들은 “각 개발사마다 가진 장점을 극대화시켜 나가는 동시에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제휴 협력 형태의 연대를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