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방수현 그리곤엔터테인먼트 개발총괄팀장

그리곤엔터테인먼트(이하 그리곤)와 파란닷컴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큐링’. 이 작품은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실시하기도 전에 유저와 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훌륭한 게임”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방수현(32) 총괄팀장이 서 있다. 철없던 게임 마니아에서 수십억원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개발자가 된 지금, 그는 이 모든 것이 운명이었다고 말한다. 운명의 장난으로 게임 개발자가 된 사연을 들어보자.

“게임은 인생입니다. 세상의 모든 작품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의 삶이 녹아 들어갑니다. 게임도 마찬가지에요. 주위의 모든 것이 개발에 영향을 줍니다.”

방 팀장의 말이다. 그는 게임이 왜 인생인지 목소리를 높였다. 개발자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색깔, 만화, 영화 등은 어떤 식으로든 작품에 반영이 되고, 심지어 온라인 게임 NPC의 디자인도 친구의 외모에서, 독특한 말투나 표정도 주위의 아는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자의 인생과 사상, 경험이 게임에 다 녹아 들어가고 게임은 결국 인생이라는 설명이다. 많지 않은 나이에 총괄팀장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다운 말이다.

# ‘씰 온라인’에서 열정 불태워

방 팀장은 현재 온라인 게임 ‘큐링’의 개발 전반을 모두 맡고 있다. 그의 이름은 배드민턴 국가대표와 똑같다. 이름만 같은 것이 아니라 그리곤의 대표 개발자라는 점도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방 팀장의 말 한마디면 수십 명의 개발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현재 그리곤은 몇 가지 게임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는 중이지만 그 가운데 ‘큐링’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내부 분위기와 외부의 소문이 스트레스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아무래도 다른 게임도 있는데 ‘큐링’에만 집중되는 상황이라 부담이 크죠. 퍼블리싱을 담당한 파란닷컴에서도 기대가 커서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어요. 하하하….” 말로는 부담이라고 하면서 소탈하게 웃었다. 여유가 흘렀다.

사실 그는 게임 개발을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아주 우연히 게임회사에 취업을 했는데 자의반 타의반이었다. IMF 시대 졸업을 한 상태라 원했던 회사로는 취업이 거의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래서 일단 경력에 보탬이나 될까 싶어서 작은 게임 회사에 원서를 냈는데 덜컥 붙어 버렸다.

게임 개발과 관련된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본인도 깜짝 놀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좌충우돌하며 배웠지만 여전히 ‘직업’에 불과했다. 방 팀장이 게임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것은 그리곤으로 자리를 옮기면서이다.

당시 그리곤은 야심작 ‘씰’을 출시했으나 불법복제와 와레즈에 유출되면서 엄청난 피해를 봤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씰 온라인’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방 팀장은 여기서 자신의 실력을 드러냈다.

# 설마 개발자가 되다니

그가 본격적으로 게임에 빠져든 것은 중학교 때다.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엄청난 금액을 주고 컴퓨터를 장만했다. 처음에는 금성(지금의 LG전자) 컴퓨터를 마련했으나 하필이면 그래픽이 CGA. 차라리 흑백인 허큘리스였으면 지원하는 게임이 많았을 텐데 컬러로 욕심을 부리다 고생을 좀 했다.

CGA 그래픽은 16가지 컬러를 구현하는 그래픽 시스템으로 흑백보다 한 단계 앞섰으나 다양한 게임을 즐기기에는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 많은 게임들이 허큘리스 그래픽 시스템만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래픽 시스템을 교체하고 나서야 게임 마니아의 전성시대를 열게 됐다.

방 팀장은 PC게임에 완전히 빠졌다고 회고했다. ‘삼국지’ ‘울티마’ ‘원숭이섬의 비밀’ 등 한 시대를 풍미하던 게임이란 게임은 모조리 섭렵했다. 밤에는 컴퓨터를 못 다루게 했던 부모님 눈을 피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 2, 3시쯤 일어나 다시 게임을 즐겼다. 철이 들 때까지 이러한 생활을 반복하며 게임 마니아 길을 걸었지만 설마 자신이 게임 개발을 직접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의 말대로 운명에 이끌려서 개발자가 된 모양이다.

# 좋은 작품은 여유에서 나와

“현재 게임산업은 경쟁이 너무 치열합니다. 비슷비슷한 게임만 쏟아져 나온다고 불평해도 할 말이 없어요. 하지만 작은 시장에서 수백 개의 온라인 게임이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유저의 취향과 트렌드, 시장, 자본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그것은 다른 어떤 개발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은 개발자의 여유에서 나와요.”

그는 해외에서 개발되는 작품들이 왜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지니고 있는 지에 대해 설명했다.

쾌적한 자연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위한 근무 환경, 돈에 구애받지 않는 구조 등 이러한 요소들이 훌륭한 게임으로 연결되기가 쉽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도 여유를 넉넉하게 가지고 획기적인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개발자들도 더욱 공부하고 노력해야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저들도 조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양한 게임에 관심을 보여주면 많은 힘이 날 것입니다. 게임은 저의 운명입니다. 지켜봐 주세요.”

<김성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