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윈도 철수 운운 속뜻은

"차라리 한국 떠나지" 가능성 없어

지난 주말,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MS)는 흡사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공정위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마당에 본사가 윈도 사업 철수를 운운하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악재를 들은 한국MS는 즉각 본사와 전화 회의(콘퍼런스콜)를 해가며 대책을 논의했지만 수긍할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단지 “철수 운운은 본사가 미 정부에 분기마다 보고하는 재무 보고서의 일부분이며, 중요 현안을 보고해야 하는 미 증권법에 따른 것”이라는 공식 견해만 밝혔다.

 ◇MS 본사 의중 뭔가=MS는 지난 28일(현지시각 27일) 1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하고 이어 미 증권거래소에 재무 보고서를 제출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바로 이 보고서에 참고 사항으로 붙은 것이다.

 MS는 여기서 EU 등 각 나라에서 전개되고 있는 경쟁법 위반 관련 사항을 설명하며 한국의 공정위도 거론, 만일 공정위가 메신저와 동영상 소프트웨어를 윈도에서, 미디어 서비스를 윈도 서버에서 제거하라고 명령한다면 윈도를 한국에서 철수하거나 신제품 출시가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필 공정위의 최종 결론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왜 이 같은 보고서가 나왔을까. 이에 대해 한국MS는 “미 증권법상 사업상 모든 위험 가능성을 보고하도록 돼 있어 그런 것”이라며 우연히 시기가 일치한 것뿐이라고 설명한다. 결코 협박이나 위협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MS의 협박용이 아닌, 우연히 시기가 일치한 것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MS 본사가 한국에서 철수할 의사도 있음을 내비친 꼴이 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보고서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철수에 대한 사전 조건이다. 보고서는 철수의 전제 조건으로 제재 조치가 유보되거나 상고심에서 뒤집어지지 않는다면이라는 가정을 세웠다. 즉 공정위가 제재 판결을 내리면 유보나 항소 같은 불복 조치를 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동안 한국MS는 항소 등 불복 여부에 대해 “판결이 나면 밝히겠다”며 입을 다물어 왔다.

 ◇윈도 철수 가능성 있나=한국MS는 윈도 철수에 대해 “아예 한국 철수가 더 낫다”며 “전혀 가능성 없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이는 MS가 한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MS는 한국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지난 3월에는 연구개발센터도 세웠다. 게임·모바일 등 한국 기업과 협력 관계도 점차 넓혀가고 있다. 매년 한국에서 연간 1억달러 이상의 제품을 구매하는 대형 바이어이기도 하다.

 또 국내 PC시장에서 차지하는 윈도 비중도 절대적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PC용 OS 시장 규모는 약 3조7900억원인데, 이 중 윈도 매출이 3조7500억원으로 98.8%나 됐다. 세계 시장 평균 95%보다도 높은 수치다.

 철수설에 대해 유재성 한국MS 사장은 “만일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면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몸을 낮췄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9명으로 이루어진 공정위 심사위원회는 오는 2일 전체 회의를 갖는다. 일부 외신은 이르면 이날 결론이 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한국MS는 다음달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정위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을 종합하면, 일단 ‘제재’라는 큰 틀은 방향이 잡힌 듯하다. 다만 공정위는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한·미 관계 등 여러 변수를 고려, 제재 수위를 어디까지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어떤 제재 조치를 내리면 철수라는 극단의 사태는 아니더라도 MS의 신제품 출시에 큰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차세대 윈도 버전인 ‘비스타’ 출시가 늦어지면서 비스타를 바탕으로 한 MS의 ‘미래 그림’도 불투명해 질 수밖에 없다. 한국MS의 한 임원은 “비스타 개발은 본사 지휘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만일 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 사태가 온다면 수개월간의 출시 지연이 불가피하며 덩달아 서버 사업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