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워즈’를 보면 해결사가 나타나 공주의 메시지를 공중에 홀로그램으로 재생시켜 모면책을 알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또 다른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주인공 톰 크루즈가 가족과 찍은 동영상 홀로그램을 공중에 펼쳐놓고 3차원 영상을 보며 지난날을 회상하기도 한다.
어디선가 한번쯤은 봤음직한 SF영화의 한 장면들이다. 공중에 3차원 영상으로 등장한 해결사나 가족들은 물리적인 실체는 아니지만 말과 행동, 외형 모든 것이 마치 눈앞에 진짜 사람을 대하고 있는 것처럼 실감난다.
이같은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래 3차원 입체 디스플레이 기술이 속속 선보이면서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 옛말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 광운대학교 김은수 교수가 이끄는 차세대 3D 디스플레이 연구센터(3DRC: 3D Display Research Center)가 있다.
10여 전 국내 처음으로 미래기술인 3차원 입체영상 기술을 집중 특성화해 연구를 시작한 센터는 2003년 정보통신부로부터 ITRC로 선정된 이후 연구를 본격화해 이제는 명실공히 국내 3차원 입체기술 연구개발 및 인력 양성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
센터는 최근 지난 2년여에 걸친 연구결과를 토대로 특수안경을 끼지 않고 맨눈으로 3차원 영상을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시스템인 ‘3DRC-60’과 원격의료가 가능한 ‘웹 기반 실시간 3차원 입체방송 시스템’을 개발해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3DRC-60’은 지난해 10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평판디스플레이 국제전시회인 ‘FPD 인터내셔널 2004’에 초청, 전시돼 관람자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호평을 얻었다. 이 행사에서 일본 닛케이 BP신문사에서 조사한 가장 인상깊은 출품작 앙케트 조사결과 ‘3DRC-60’가 전세계 300여 개 업체에서 출품한 700여 개 첨단 디스플레이 제품 가운데 당당히 2위에 올랐다.
이 전시회를 계기로 일본에 우리 기술이 널리 알려지면서 지난 2월에는 일본 전통문화방송사가 주관한 한·일 수교 40주년 기념 행사에 차세대 3D 디스플레이 연구센터가 초청됐다. 센터는 ‘3DRC-60’에 일본 최고의 전통문화인 가부키 공연 모습을 원형 그대로 담아 일반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3D 가부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관람자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이끌어내고 당시 장면이 현지TV와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차세대 3D디스플레이 연구센터는 ‘3DRC-60’ 기술을 국내외 특허출원하고 벤처기업인 3DIS에 기술 이전해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직 가격이 높아 대중화되기는 이르지만 대형 입체광고, 제품 홍보 및 전시 분야 등 시각효과가 매우 중요한 분야부터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센터는 내다보고 있다.
3DRC 연구센터는 전세계적으로 기술 개발단계에 있는 차세대 3D 디스플레이에 대한 독창적인 한국형 신기술 개발과 고급 연구인력 양성을 목표로 현재 서울대·연세대 등 국내 6개 대학 13명 교수 및 78여 명의 연구원과 학제 간 연구를 하고 있다. 동시에 삼성전자·대우전자 등 16개 기업체와 산학협력을 하고 있으며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국 버지니아공대 등 20여 개 외국대학 25명의 교수와도 활발히 국제협력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3DRC 연구센터는 2003년 ITRC 지정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 발표한 논문이 289편 가운데 51편이 과학논문인용색인(SCI)에 등재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허가 34건, 기술지도가 55업체에 61건, 기술이전에 따른 상품화가 4건 등 탁월한 연구개발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총 30명의 석·박사 인력을 배출, 2명의 대학교수를 포함해 삼성·LG 등 대기업까지 전원이 취업에 성공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인터뷰/김은수 센터장
“IT에도 2∼3명의 황우석이 있다면 바랄 게 없겠습니다.”
김은수 광운대 3DRC 센터장은 요즘 BT에 쏠리는 국민의 관심과 정부 지원이 마냥 부럽다. “10년 뒤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BT만 바라볼 게 아니라 지금 현재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IT쪽에도 스타 플레이어를 키워달라”는 게 김 센터장의 바램이다.
김 센터장은 “5년 이내에 차세대 3D 디스플레이 연구센터를 세계 최고의 3차원 입체영상 기술의 연구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의 허브로 발전시킬 자신이 있다”며 “3D 기술을 국가 미래전략산업이며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차세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성장시킬 것” 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