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다시보기](3)정보미디어사업법

유승희 의원(열린우리당)이 발의한 ‘정보미디어사업법(가칭)’이 통신·방송 업계에서 화제다. ‘통·방융합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이름 그대로 통신과 방송시장을 아우르는 매우 민감한 사안을 담고 있다. 통·방 융합에 따른 다양한 사업 주체의 이해 기반부터 어느 부처가 양방향 네트워크로 연결된 미래 커뮤니케이션 혹은 미디어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들어 있다. 나아가 통신과 방송 콘텐츠에 대한 내용을 산업발전을 위한 시장확산에 중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공익을 고려한 내용 규제로 갈 것인지 하는 문제도 담고 있다.

 ‘통·방’ 융합은 진행형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정보미디어사업법의 핵심 내용은 역시 통·방 융합의 주도권을 어느 기관이 갖는지와 통·방 융합에 대한 역무를 어디까지로 규정할 것인지다. 본질은 규제를 어느 기구가 담당하는지보다 통·방 융합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더욱 원초적인 질문이 선행돼야 한다. 논란이 많지만 밝혀야 할 사안이다. 통·방 융합의 내용이 밝혀져야만 정부가 어떤 규제정책을 펼쳐야 하는가 하는 근본에 접근할 수 있다. 정작 관심을 끌고 있는 규제기구의 위상 및 형태는 추후 문제다.

 ◇규제 원칙을 세워라=‘정부규제’는 ‘바람직한 경제사회 질서의 구현을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기업과 개인의 행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지칭된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정부의 정책 개입 목적은 경제사회 질서 구현이며, 이를 위해 기업과 개인의 행위를 제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제력의 집중과 소득계층·지역 간 불균형, 기본권 신장을 위해 필요에 따라서 정부가 제한할 수 있다. 언뜻 보면 ‘규제’라는 것이 사회 경제질서 균형을 위한 정책적 제제조치 정도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시행하는 규제는 행동을 제한한다는 의미의 규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산업을 발전시키고 경제를 도약시키기 위한 제반 행정적·법적 절차를 의미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국가의 목적은 불균형 해소도 중요하지만 산업발전을 통한 국민 삶의 질 향상이 또 하나의 구동축이기 때문이다.

 기업 행위에 대한 ‘제약’으로서의 규제가 아닌, 산업을 통한 국가발전이라는 긍정적 의미의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통·방 융합 규제의 핵심은 산업을 제약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신·방송·콘텐츠·정보통신·정보가전 등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국내 산업 육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보미디어사업법=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미디어사업법’은 정보미디어사업자 역무를 정보미디어전송사업자(프로그램의 내용을 변경하지 않고 이용자에게 송신하는 정보미디어역무를 제공하는 사업)와 정보미디어프로그램사업자(전송사업자의 설비를 임차, 기획·편성된 프로그램을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사업)로 나눴다.

 이에 대한 허가 및 등록은 3년 시한으로 만들어진 정보미디어감독위원회가 담당한다. 감독위에는 국무조정실장, 정통부 차관,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포함해 정통부 장관과 방송위원장이 3인씩 추천하는 민간인 6인 등 9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며, 위원장은 국무조정실장이 맡는다.

 이 법령에 대한 관련업계, 기관의 시선은 싸늘하다. 방송위나 국회 문광위원회는 지나치게 정통부 의견이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특히 통·방 융합 당사자인 케이블TV 방송사업자들은 “정보미디어사업법은 KT 등 통신사업자들이 현행법을 무시하고 초고속인터넷TV(IP TV)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며 저지할 방침임을 밝혔다.

 통신업계에서는 ‘정보미디어’라는 개념 자체에 통신이 지향하는 ‘자유로운 양방향 커뮤니케이션’보다 ‘내용 심의와 통제를 위주로 하는 미디어’ 개념이 반영돼 있다고 주장한다. 산업발전보다는 내용규제 중심으로 흐를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규제의 핵심이 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명쾌한 개념 규정도 없다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개인 모두가 콘텐츠 생산주체가 되고 프로그램을 가공한다는 사실을 간과, 이를 법령으로 묶는 우를 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이나 단체가 양방향 인터넷 망을 이용해 디지털카메라나 디지털캠코더로 찍고 포토숍을 이용해서 가공한 각종 콘텐츠를 ‘프로그램’ 공급과 송신이라는 단순한 틀로 묶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융합은 기술적·산업적 결합뿐만 아니라 사람의 삶과 문화패턴의 변형이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이라서 쉽게 통제되지 않는다.

 ◇통·방 융합 핵심은 홈네트워크=정보미디어사업법은 홈네트워크 사업과 직결된다. 가정을 중심으로 다양한 통신과 방송의 융합, 그것이 홈네트워크 서비스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가정이라는 공간은 미디어의 대표주자인 TV매체와 인터넷이라는 통신매체가 결합하는 곳이다. 정보미디어사업법은 디지털로 무장한 가정이라는 공간에 정보를 어떤 사업자가, 어떻게 가공해서 줄 것인지를 결정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통신과 방송은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영역이 구분되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을 배경으로 하고, 서비스 형태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양방향 네트워크를 이용해 가정을 고객으로 하는 홈네트워크서비스가 구현되면 통신과 방송의 의미 구분은 없어진다. 방송이 통신이고, 미디어가 커뮤니케이션이 된다. 소비자에게는 영역 구분보다 얼마나 저렴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통·방 융합 논란에서는 가장 중요한 주체인 소비자가 소외돼 왔다. 가정에서 홈네트워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이고, 통·방 융합의 승자를 결정할 소비자 입장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통·방 융합에서 소비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사람이고, 동시에 프로그램을 제작·가공·공급하는 사업자일 수 있다.

 통·방 융합시대에 홈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제작·공급·결정하는 당사자는 소비자다. 따라서 각종 법령에서 주장하는 ‘사업자’라는 개념은 ‘정보를 제공하는 법인’이 아니라 ‘서비스를 통해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나아가 요금을 거두어들이는 주체’로서 제한해 사용돼야 한다. 대한민국, 나아가 전세계 디카족, 디캠족을 대상으로 사업자로 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SK텔레콤 사업전략

 SK텔레콤은 2003년 12월 홈네트워크 정부 시범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수도권·부산·대전 등 7개 사이트에 60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의 홈네트워크 사업전략 핵심은 시큐리티와 조명 난방 등 제어 부문이다. 요금은 종량제 5000원, 정액제 9000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 도곡동 리더스뷰에서 지난달 31일 처음으로 상용서비스에 들어가는 등 최근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자사 핵심사업인 휴대폰과 연계한 다양한 상용서비스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통합관리 플랫폼 등 핵심 기술 개발 및 지그비 등 다양한 기술 표준화도 병행하고 있다.

 SK텔레콤 홈네트워크 서비스는 시큐리티와 가정 난방 및 조명, 가스 기구 제어 두 가지를 기본 상품으로 구성하고, 여기에 VOD·MOD 등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유선 및 무선 TV포털도 기획중이다. T싸이월드, T가족찾기, T홈메시징 서비스 등을 포함시켰다. 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가정 내 디지털액자를 통해 실시간으로 사진정보를 제공하는 ‘러뷰’서비스를 출시했다. 디지털 액자뿐만 아니라 TV를 통해서도 구현이 가능해 카메라폰 혹은 디지털카메라와 연동시킬 경우 동영상과 메시징 서비스를 연계한 개인형 맞춤 서비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건설·장비·ISP·케이블 TV·콘텐츠 제공업체의 협력을 준비중이다. 다른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각 사업 주체가 서로 이득이 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관건이다. 시장확산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제휴업체를 모집해 신축 및 기축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옵션 판매모델 개발, ISP사업자와 공동으로 일반인 대상의 대규모 마케팅 기획 등을 구상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장점은 역시 1900만명에 이르는 이동전화 서비스 가입자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휴대단말기를 이용한 다양한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하며, 홈네트워크 개인용 서비스 단말기로도 전환이 가능하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휴대폰의 장점을 활용한 개인 전용 서비스를 만들기에 매우 유리한 사업구조다. 단점은 역시 유선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가정 내에서 다양한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구현하고, 유무선 결합상품 및 요금제도를 만들려면 유선 기반이 절실해 보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그비, 무선랜, 블루투스 등 가정 내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무선네트워크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은 싸이월드, 씨즐, 위성 DMB, 네이트드라이브 등과 연계하는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인터뷰-주형철 SK텔레콤 u비즈추진본부장

 -유선 중심의 가입자 기반이 취약한데.

 ▲공감한다. 제휴나 협력사업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홈네트워크 사업이 서비스 사업자 하나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파트너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유선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은 다양한 유선 사업자와의 제휴가 가능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시범서비스 가입자가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지난달 31일 서울 도곡동 아파트 173가구를 대상으로 상용서비스에 들어갔다. 문제는 신축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아파트 완공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예약 대기자가 1만9000명에 이른다. 소비자가 구매력을 느낄 수 있는 수익모델 찾기가 관건이다.

 -내년도 투자계획은.

 ▲현재 투자계획을 짜고 있다. 시큐리티 서비스 등 기본 서비스 외에 교육·의료 등 가정 내 플랫폼상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현할 예정이다. 이는 모두 상용서비스를 전제로 한다. 로봇사업도 관심이다. 그러나 로봇을 개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파트너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