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국내 TV수신카드 시장이 3분기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점차 수요가 줄던 아날로그 TV카드는 PC방에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확연히 살아나는 분위기다. 또 HDTV 수신카드 시장도 최신 5세대 튜너를 장착한 제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가격도 급락, 전성기를 맞고 있다.
3일 시그마컴·디비코·스카이디지털 등 국내 TV카드 제조 업체에 따르면 국내 아날로그 TV카드 시장은 최근 월 2만장 수준으로 수요가 늘었다. 올 초만 하더라도 월 1만5000장에 불과했다. 이런 현상은 IT업계 전반에 아날로그 지원 제품이 사라지고 있는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아날로그 TV수신카드의 부활은 국내 최대 주변기기 수요처인 PC방에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강주열 시그마컴 마케팅 팀장은 “최근 PC방에서 게임뿐 아니라 각종 드라마·영화 등을 즐기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TV카드를 장착하는 PC방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HDTV 수신카드 시장도 지난 3분기를 기점으로 호황세를 맞고 있다. 지난 1월 월 1000장 수준에 불과하던 이 시장은 최근 급속히 성장, 지난달 6000장까지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속도면 내년에 아날로그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은 각 업체가 잇달아 출시하기 시작한 5세대 튜너 장착 HDTV카드가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5세대 튜너를 장착한 HDTV 수신카드는 일반 공중파 수신 감도가 이전 모델보다 40% 가량 높아, 건물이 많은 도심 지역에서도 깨끗한 영상 구현이 가능하다.
또 5세대 튜너를 이용하면 최근 확산되기 시작한 디지털케이블 방송 ‘쾀(QAM)’을 별도 셋톱박스 없이 PC상에서 수신할 수 있다. ‘쾀’을 이용하면 케이블 방송국에서 전송하는 100여 채널을 아날로그가 아닌 SD급으로 시청할 수 있다.
가격 또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9월 10만원 선이던 HDTV카드 소매가는 지난달 9만원까지 하락했고, 일부 제품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심리적 소매 가격대인 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장경환 디비코 팀장은 “HDTV카드를 사용하면 비싼 LCD TV를 구매하지 않아도 PC에서 HD방송을 즐길 수 있고 채널도 100여개 이상을 볼 수 있다”면서 “노트북PC 사용자를 중심으로 외장형 HDTV 카드 판매도 매달 30% 이상 증가하고 있는 등 최근 소매 판매가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