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공제조합이 추진하는 500억원 규모의 남북 IT 협력 사업은 성공하기만 한다면 남북 관계는 물론이고 남북 IT 산업 발전에도 획기적 전환점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남한의 탄탄한 하드웨어(HW)와 자본 그리고 북한의 소프트웨어(SW) 인력이 만나 고부가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대표적 케이스인 이번 사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동안 문화·스포츠·제조업 분야에 비해 IT 분야 남북 협력은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공제조합의 ‘남북 IT 협력’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되면 큰 진전을 못 보는 남북 IT 사업에 큰 물꼬를 터주는 동시에 희망찬 빛줄기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추진되나=총 500억원이 투입될 남북 협력 사업의 추진 방향은 크게 △남북한 간 데이터를 직접 전송할 수 있는 통신망 구축 △개성공단 지역에 정보기술센터 설치 △북한 인력에 대한 교육 사업 세 가지로 구분된다.
남북이 공동으로 SW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공제조합은 남북을 연결하는 정보통신망 인프라 구축, 시스템 및 애플리케이션 구축 등에 총 100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구상 가장 폐쇄적 집단인 북한은 인터넷에 있어서도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망을 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통신망 구축은 이번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100억원 이외에 340억원은 개성공단 내 1만평 규모에 세울 정보기술센터에 투입된다. 이 센터는 남북 간 원활한 정보기술 교류와 SW 개발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SW 개발과 북한 정보기술 분야의 수요를 파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센터 내에는 민간이 참여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현지에서 개발을 담당하게 될 현지 인력 양성 교육 프로그램에 60억원이 지원된다. 기술자 양성은 초급 50명, 중고급 50명 수준으로 양성할 계획이다.
◇어디까지 진행됐나=공제조합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추진안을 확정했다. 조합은 현재 국가정보원과 통일부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이 내용을 개성 남북경협위원회에 전달, 북측 의견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비공식적 제안에 대해 북한 측이 긍정적 답변을 하면 그 즉시 공식 제안을 한다는 것이 공제조합의 방침이다. 공제조합은 늦어도 올해 안으로 북측의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측의 긍정적 답변을 얻으면 내년 2월 본제안과 동시에 본격적인 사업 참여 업체 선정에 나선다. 일부 시스템통합(SI) 업체는 이미 이 사업에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고 공제조합은 설명했다. 공제조합의 한 관계자는 “업계 반응은 매우 긍정적으로 2∼3개의 대형 SI 업체가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윈윈 효과 높다=조합이 추진하는 ‘남북 협력 사업’은 북한에서 발생하는 잠재적 IT와 SW 수요에 대비한 시장 선점은 물론이고 남북한을 직접 연결하는 정보통신망의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공제조합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IT를 선정할 만큼 IT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북한 측은 이번 사업을 통해 IT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수준 높은 기술자를 양성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번 사업은 남측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SW 기술을 개발하고, 북한 IT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공제조합은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사업이 남북 간에 이뤄지는 것인만큼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한 SI 업체 사장은 “이 사업은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면서 “특히 사업적인 측면보다는 남북 간 교류 차원에 비중을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방은주·윤대원기자@전자신문, jbang·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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