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남해안을 지나던 중국 상인들은 외(外)나로도 남서쪽 화강암(서답바위) 모양이 마치 헌옷을 널어놓은 것 같다며 ‘나로(羅老)’라고 불렀다. 2007년 말, 외나로도 앞바다(다도해 해상국립공원)를 지나는 중국 관광객들은 우주로 도약하는 한국산 로켓을 볼 것이다. 2007년 3월 31일까지 2650억원을 들여 전라남도 고흥군 외나로도 남서쪽 일대 150만평에 시설부지 8만7000평 규모로 들어설 ‘나로우주센터(Naro Space Center)’는 우리나라 우주기술개발사업 요체다. 우리는 그곳에서 인공위성 자체 개발·발사·운영 능력을 천하에 과시하게 될 것이다. 그날을 향한 뜨거운 열기(건설현장) 속으로 들어가 봤다.<편집자>
산·섬·바다가 숨바꼭질하듯 들락거리더니 남쪽을 향해 탁 트였다. 정남쪽 발사방위각 15도! 동쪽 일본, 서쪽 중국이 가로막지 못할 하늘이 그곳에 있다. 오는 2007년 말 나로우주센터 남서쪽에 1만4000평 규모로 터를 다진 제1 발사대로부터 우리 기술로 만든 위성발사체(KSVL-1)가 그 열린 하늘길을 지나 우주로 갈 것이다.
제1 발사대 터에서 동북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총넓이 2300평(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발사통제동이 눈에 들어온다. 발사대로부터 직선거리로 2㎞ 떨어진 곳이다. 발사대와 발사통제동 사이에는 종합조립동, 위성시험동, 고체모터동, 지원장비동 등이 제각각 터를 잡고 뼈대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나로우주센터 뼈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토목공사 진척도 60%, 건축공사 진척도 35%입니다. 내년 말까지 건축공사를 완료할 예정입니다.”
얼굴에 바닷바람, 햇살 흔적이 뚜렷한 강치광 나로우주센터 선임기술원은 ‘세계 13번째 위성발사장을 만든다’는 자부심에 어깨가 당당했다. 그는 “발사방위각뿐만 아니라 인근 장애물(발사안전반경 2㎞)이 없고, 전기·도로 등 기반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졌으며 ,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점에서 외나로도가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적의 발사장소”라고 강조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심은섭 박사를 비롯한 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연구센터, 광주과학기술원, 항공우주산업(주) 등은 내년 말까지 100㎏급 저궤도 소형위성인 ‘과학기술위성 2호’ 본체 비행모델 을 제작해 테스트까지 마칠 계획이다. 이 사업에는 지난 2002년 10월부터 올해까지 237억원이 투입됐고, 2007년 발사 전까지 16억원이 추가로 들어갈 예정이다. 위성 발사체(KSLV-1) 개발사업에도 지난 2002년부터 올해까지 2490억원을 썼고, 내년부터 2007년까지 2608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오는 2007년 발사체와 과학기술위성 2호는 대전광역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떠나 바닷길로 연결된 나로우주센터 선착장을 통해 위성시험동·고체모터동·종합조립동 등으로 옮겨질 것이다. 정확하게 시험하고 조립해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도 위성 대행발사용역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로 우뚝 선다. 그 때가 우주기술개발 선진주자로 달려나갈 채비를 모두 갖추는 순간이다. 이후 본격적인 우주개발경주에 나설 것이다.
진종근 고흥군수는 “(나로도가) 국가 우주항공산업 전초기지로서 미래 우주항공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며 “(우주센터가) 지역발전을 위한 훌륭한 자원이 되고, 정부의 스페이스코리아운동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