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실리콘그래픽스(한국 SGI)가 새 사령탑을 맞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SGI는 최근 나스닥 주가하락으로 곤혹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그래픽 워크스테이션과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 국내에는 지난 92년에 진출해 고성능PC· 비주얼라이제이션· 스토리지 등 크게 세 분야로 시장을 개척해 왔다.
심종배 신임 사장(43)은 “내년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고성능 PC(HPC)와 같은 슈퍼컴퓨터” 라며 “그래픽 처리 전문에서 슈퍼 컴퓨터 업체로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심 사장은 이를 위해 시장을 지금보다 더욱 세분화해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한국SGI는 제조·방송·교육·국방 등 크게 4개 분야로 나눠 시장을 개척해 왔다.
“슈퍼컴퓨터는 클러스터·그리드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지만 국내는 주로 IBM과 같은 대형 벤더 위주였습니다. 반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여러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입니다. SGI도 전 세계적으로 국방·연구소 쪽에는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SGI는 HPC 등 슈퍼 컴퓨터와 관련해 국내에 인텔 아이테니움과 리눅스를 기반한 ‘알틱스’, 밉스 프로세서를 탑재한 ‘오리진’ 제품군 등 주로 프리미엄 위주로 소개해 왔다. 심 사장이 슈퍼컴퓨터 등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제품 경쟁력과 함께 10년 넘게 경험해 얻은 영업 노하우 때문이다.
심 사장은 영업과 세일즈 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영업 통’이다. 삼보컴퓨터 영업 대표를 시작으로 한국 썬 영업 대표, BEA 코리아 영업이사를 거쳐 지난 2003년부터 한국SGI 영업을 총괄해 왔다.
“자동차 등 제조업체에서 SGI의 비주얼라이제이션 제품이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분야에서 SGI가 단기간에 영업 성과를 올린 데는 제품이 경쟁력이 있는데다 그 만큼 공격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선 덕분입니다. 여기에 SGI는 조직 문화는 전형적인 벤처 형입니다. 패기와 열정 하나로 뭉쳐 있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게 강점입니다.”
심종배 사장은 “2003년부터 한국 SGI에 합류한 만큼 누구보다도 SGI를 잘 알고 있다” 라며 “새로이 출발한다는 각오로 국내에서 새로운 ‘SGI’의 이미지를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