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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동구 서석동 KT광주정보통신센터 2층 정보통신교육장. 사단법인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KWIC) 광주·전남지부가 운영중인 교육장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30여명의 할아버지·할머니가 강사의 설명에 따라 부지런히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었다.
한 할아버지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손을 들자 강의실 중간에 서 있던 보조 강사가 재빨리 달려가 1대1 지도를 해줬다. 비록 55세가 넘은 노인 대상 컴퓨터 교육이지만 여느 학원 못지않은 열기와 생동감이 느껴졌다.
KWIC 광주·전남지부가 KT전남본부의 지원으로 지난 2001년 문을 연 이곳에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50여명의 회원이 기초·중급·고급·주부·장애인 등으로 나눠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고 있다. 광주·전남지부에는 광주 2곳과 전남 여수와 목포 등 총 4군데에 교육장이 설치돼 있으며 5만50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강봉옥 지부장(77)은 “지난 96년 처음 지부가 결성돼 교육을 실시한 이후 현재 10여명의 강사가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비슷한 나이의 강사가 가르치는 이른바 ‘눈높이 교육’이 가능해 교육효과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특히 광주·전남지부는 전국 8개 지부 가운데 교육성적이 우수하기로 소문났다. 지난달 정보통신부가 주최한 ‘2005 어르신 정보화제전 및 어르신 인터넷 과거시험’에서 전체 수상자 34명 중 30%인 11명이 광주·전남지부 소속 회원으로 대상과 금상과 은상 등을 휩쓸었다. 또 다른 지역 지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수시로 찾고 있다.
정병율 사무처장(71)은 “수강생 출신 강사나 보조강사가 많고 1대1 교육을 자주하기 때문에 교육의 질과 성적이 좋은 것 같다”면서 “초보자라도 6개월 정도 꾸준히 공부하면 웬 만한 문서작성과 홈페이지 제작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런만큼 수강생들의 열의도 대단하다. 이곳에서 한 달 정도 컴퓨터를 공부했다는 기우명 할아버지(70)는 “지금은 자판을 조금씩 손에 익히는 수준이지만 나중에 어린 손자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주는 게 꿈”이라며 “외국에 이민 가 있는 자식과 영상 대화를 하는 게 컴퓨터를 배운 이후 얻은 가장 큰 즐거움”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주부교실반 조연자 할머니(58)는 “내가 컴퓨터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또 실제로 컴퓨터를 할 수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할 뿐”이라면서 “노인정에 가서 할 일 없이 시간 때우는 것보다 컴퓨터도 배우면서 친구도 사귈 수 있어 거의 빠지지 않고 교육장에 나온다”고 소개했다.
강 지부장은 “컴퓨터 배우기를 꺼리거나 너무 어려워해 흔히 말하는 영원한 정보화 소외계층으로 남는 노인들이 여전히 많아 안타깝다”면서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정보화 사회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노인 컴퓨터 교육에 대한 적극적 이해와 참여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