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작전용 소프트웨어(SW) 선두 업체가 ‘공군 중앙방공관제소(MCRC) 구축’ 사업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주사업자 행세를 하고 있다. 정작 국내 연구개발 용역 사업 특성상 주사업자 자격을 갖춘 시스템통합(SI) 업체는 열악한 국방 SW 산업탓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인정하는 등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공군 작전용 SW 분야에서 선두인 미국 탈레스레이시온시스템즈(TRS)는 공군의 ‘제1 MCRC 노후 교체 사업(1430억원 규모)’에 참여할 SI업체를 물색하기 위해 삼성SDS·KT·포스데이타 등 SI 업체를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특히 TRS는 이번 공군 사업 입찰 작업을 단수의 SI업체와 진행한다는 기본 원칙을 분명하게 밝히는 등 부사업자 자격임에도 불구하고 입찰가격·이익배분 등을 고려, 합의점을 찾으면 오히려 주 사업자인 SI업체를 취사선택할 전망이다.
이는 TRS가 지난 90년대 ‘제1 MCRC(오산)’와 ‘제2 MCRC(대구)’ 사업에 모두 참여, 현재 공군에서 사용중인 작전용 SW를 공급한 바 있고 이를 토대로 한 ‘제1, 2 MCRC 체계에 전술데이터링크(TADIL-A/J) 기능 구축’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방 정보화 사업에서 주사업자와 부사업자 역할이 바뀌는 ‘주객전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 신무기체계 도입 과정의 부속품·SW 분야 등에서 나타났던 외산 업체에 대한 종속 관계가 국방 정보화 분야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SI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MCRC 교체 사업 성패의 관건은 국내에서 신뢰성이 높은 TRS와 손을 잡는 것”이라며 “그러나 TRS와 협력을 하더라도 주도권을 잃은만큼 수주 금액의 상당 비율이 TRS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TRS(당시 레이시온)는 지난 98년 여러 SI업체와 컨소시엄 형태로 제2 MCRC를 구축했을 때 참여 업체간 불협화음을 경험해 이번엔 한 곳의 SI업체와 협력키로 원칙을 정한 것으로 안다”며 “국방 SW 분야가 취약한 국내 현실상 SI업체가 외국 SW업체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