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다운사이징 강풍이 결국 국민은행과 함께 국내 초대형 메인프레임 사이트로 꼽히는 농협을 움직였다.
농협의 유닉스 전환은 그동안 차세대 시스템의 플랫폼 채택 과정에서 ‘메인프레임’과 ‘유닉스’의 성능과 안정성, 비용 효과 등을 두고 팽팽한 우위 논쟁이 전개된 금융 IT 시장이 무게 중심을 사실상 유닉스 쪽으로 옮기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의미와 파장=농협의 이번 선택으로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유닉스 플랫폼 진영에는 이미 시스템을 개통한 외환은행·산업은행, 현재 시스템을 구축중인 신한·조흥은행 등이 포진하고 메인프레임에는 국민은행·하나은행과 역시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한 우리은행·기업은행 등이 남게 됐다.
하지만 농협의 이 같은 선택은 단순한 플랫폼 전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플랫폼을 두고 숱한 우위 논쟁이 펼쳐진 금융 IT 시장에서 신한·조흥은행에 이어 유닉스를 채택한 초대형 사이트가 등장했다는 평가 외에 국민은행의 행보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농협과 국민은행은 비슷한 규모의 거래량을 보유하며 서로 보이지 않게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으면서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은행도 차세대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유닉스 플랫폼 전환 방침을 정했지만 안정성 등을 추가 검토,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와 함께 내달 지주회사 체제 재편과 뒤이은 차세대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는 하나은행 역시 유닉스 채택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농협의 추진 전략=농협은 우선 내년 중반 프로젝트를 본격화해 오는 2008년까지 오픈 시스템 기반 계정계 신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로드맵을 확정, 최근 사전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농협 전산정보분사 관계자는 “이번 계획은 이미 지난 2003년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 당시 도출한 과제인 비즈니스프로세스재설계(BPR), 계정계 신시스템, IT 인프라 개선 등을 포함한 것”이라며 “농협의 경영 전략인 ‘21세기 초일류 협동조합’을 구현하기 위한 선진 IT 기반을 구축, 사업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농협은 당초 지난 2003년 계정계 신시스템 구축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중앙회·조합 전산통합, 공제·카드·여신 업무 다운사이징 등 프로젝트를 선행한 뒤 이번에 ‘IT 혁신 프로젝트’로 추진하게 됐다.
한편 농협은 지난 6월 정보계 재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 정보와 정보계 시스템을 유닉스 환경에서 개통했고 연내에 고객관계관리(CRM)까지 완성할 예정이다. 또 관련 업계 최대 프로젝트로 예상되는 BPR는 컨설팅이 마무리되는 내년 초 개발에 착수, 2006년 말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금융 거래 및 서비스 부문인 신용 사업 부문 외에 경제 사업 부문에서도 현재 운용중인 경제종합, 유통·축산 등 시스템을 상품 흐름을 토대로 통합·재편하고 전자태그(RFID) 등 첨단 기술을 적용, 농산물 유통 혁신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금융 IT 업계 경쟁=농협의 계정계 신시스템 프로젝트를 비롯해 향후 예정된 BPR 등은 이미 해당 분야 모든 업체 간 최고의 전략적 타깃이 돼 왔다. 그간 수주한 유사한 프로젝트는 농협의 수요를 따내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에 따라 올해 신한·조흥은행 차세대 사업 외에 마땅한 대형 금융권 프로젝트가 없었던 SI, 코어뱅킹 솔루션, 서버 등 관련 업계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농협 측은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거래량을 가진 농협의 오픈 시스템 채택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가 될 것”이라며 “수신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오픈 시스템으로 진행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IT 업계의 기술력, 안정적인 프로젝트 관리를 통해 성공적인 시스템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