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올 땐 `부장` 나갈땐 `사장`

외국계 소재업체 한국법인 지사장 `금의환향`

‘들어올 땐 부장, 나갈 땐 사장’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과 함께 외국계 소재업체 국내법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한국에 부임하는 외국인 사장들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탁월한 성과를 바탕으로 파격 승진해 귀국하거나 국내에 부임하는 신임 사장들의 직급이 과거보다 높아지는 등 인사에서도 ‘코리아 프리미엄’의 파워가 반영되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에 따라 현지 책임자로서 높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지면서 한국 부임에 대한 선호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국 지사장이 ‘금의환향의 자리’로 알려지면서 일약 ‘평양 감사’급으로 급상승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한국 법인이 다국적기업의 여러 현지 법인 중 ‘꼭 가고 싶은 곳’ 중 하나로 꼽히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머크코리아 사장을 지내다 독일로 귀국한 베르너 파이퍼 전 사장이 대표적인 경우. 통상 한국 지사장은 본사 부장급이지만 한국 근무를 마친 파이퍼 전 사장은 본사 인사그룹의 부사장으로 파격 승진해 돌아갔다. 재임 기간 국내 액정 생산을 시작해 생산 안정화 및 시장 성장을 이룬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 회사의 국내 액정 매출은 2002년 10억원 남짓에서 출발해 2003년 1247억원, 지난해 2893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최근 새로 취임한 베른트 레크만 사장도 본사 생명과학 부문 부사장과 혁신 프로젝트 리더를 지낸 인물로 전임 사장들과 다른 중량감을 보인다. 레크만 사장의 취임식에는 본사 최고위 임원도 대거 참석, 한국 시장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한국쓰리엠의 호아킨 델가도 전 사장도 이달 초 본사 소비자 및 오피스 사업본부의 연구개발 및 신사업 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해 돌아갔다. 국내 LCD 산업을 겨냥한 프리즘시트 등 디스플레이용 고기능 필름 사업의 성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한국쓰리엠은 외국계 소재 업체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3M 본사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정, 전임 델가도 사장부터 본사 최고경영자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고위급 임원을 국내 사장으로 발령하고 있다. 신임 마이클 로만 사장도 같은 급의 임원이다.

 독일의 실리콘 소재 업체 바커는 엔지니어 출신의 화학박사인 요헨 에벤호흐 씨를 한국 사장으로 임명해 전자·소재 중심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전자산업이 발전할수록 고기능성 실리콘의 수요가 커진다는 점을 감안한 포석이다. 전문가 출신의 사장 취임은 한국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