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치명적인 전자파적합인증검사(EMI)를 받지 않은 정체불명의 수입가전 및 정보기기가 인터넷을 통해 마구잡이로 유통되고 있다.
9일 정통부 중앙전파관리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EMI 및 형식승인 미필 제품의 온라인 불법유통 단속건수는 118건으로, 지난해보다 20∼3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최근 옥션과 G마켓 등 온라인 유통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수입가전 및 정보기기의 거래건수가 하루 수만건에 달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 같은 단속 실적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다. 옥션이나 G마켓에서 수입 디지털카메라 모델 하나만 해도 하루 100여건의 거래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용산 전자상가 한 수입업자는 “대만과 중국 등 저가 PC 메인보드나 디지털카메라 등의 온라인 거래가 늘고 있지만 영세 상인들은 십중팔구 EMI 인증을 받지 않고 팔고 있다”며 “EMI 인증은 모델당 150만원의 검사수수료가 필요한 데다 기간도 한 달 가까이 소요돼 영세상인들은 나중에 벌금을 내더라도 우선 팔고 보자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소니·니콘 등 일본 가전 한국판매법인은 디지털카메라·캠코더·휴대형 오디오 등 온라인으로 유통되고 있는 제품 가운데 60% 정도를 안정인증 미필 제품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정구 정통부 전파이용제도과장은 “선통관 후인증으로 제도가 바뀌면서 100% 사후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온라인을 통해 수입업자와 소비자의 은밀한 직거래를 단속하는 것은 더욱 힘든 상황”이라며 “관세청에 ‘선인증 후통관’ 제도 재도입을 제안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동균 테미스 알앤디 사장은 “EMI는 사람들의 건강과도 직결되지만 일종의 관세와 같은 무역장벽이므로 이를 받지 않는 수입제품은 국내 산업을 망치는 밀수와 같다”며 “온라인에 만연해 있는 불법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온라인 유통업자가 EMI 인증을 받은 제품만 사이트에 올릴 수 있도록 강제하는 제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EMI란 국내에 유통되는 정보통신기기는 모두 받아야 하는 강제 규정으로,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