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업이 채 뿌리를 내리기 전에 수도권에 광 관련 업종의 공장신설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광 기업 및 투자유치를 포기하라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광주시 관계자는 최근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발광다이오드(LED)와 광섬유 등 8개 첨단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과 외국인투자기업의 공장신설을 허용키로 한 데 대해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광주시의 전략산업인 광산업은 지난 2000년 시작한 1단계 사업을 통해 인프라 구축을 끝내고 올해부터 2단계로 본격적인 기업육성에 나서고 있다”면서 “정부가 수도권에 광 관련 업종의 공장 신·증설을 허용한 것은 광주 광산업 육성 프로젝트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비단 광주뿐만 아니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대책이 발표된 이후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LG그룹 계열사가 집중돼 있는 구미시를 비롯한 경북도는 지역 사활이 걸린 중대 사안으로 보고 있다. 구미시는 정부 발표 직후 지역 기관 및 경제단체와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당장 1조7000억원으로 예상됐던 LG그룹의 구미지역 신규 투자 계획이 물거품 되는 것 아니냐”며 “기존 업체마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구미공단의 앞날이 암담하게 됐다”며 집중 성토했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한껏 고무된 충남도는 “행정도시 건설 및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서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서둘러 수도권 규제를 푸는 의도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청주 및 오창에 디스플레이 등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중인 충북도도 기업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의 방침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부산·대구·광주·대전 등 비수도권 13개 시도지사는 지난 10일 ‘정부의 원칙 없는 수도권 규제 완화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내용의 긴급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지방균형발전 속도와 연계해 추진하겠다고 했었다”면서 “이번 방침은 결국 지방 성장동력 산업이 뿌리도 내리기 전에 존립 기반 자체를 없애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 중단과 함께 이미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조차 수도권으로 복귀토록 해 지방은 공동화의 나락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각 지자체에서는 시민 사회 및 경제 관련 단체 등이 가세해 정부의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작성해 청와대와 국무총리를 포함한 관계기관, 각 정당에 발송하는 등 점차 반발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경기도와 인천시 등 수도권 지자체는 첨단산업 공장 신·증설을 환영하거나 업종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공공기관 지방이전 방침 발표 이후 전국이 또 한번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뉘는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의견수렴과 협의과정을 거쳐 수도권 집중완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해결하고 장기적으로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인성 전남대 지역개발학과 교수(58·대통령 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는 “그동안 참여정부의 정책수립 과정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국가균형발전이었는데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은 이러한 정책기조를 깨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며 “국민 대다수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 입안이 아쉽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