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SW 공급업체들, 자체 솔루션 개발 활발

 “우리도 이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불러주세요.”

 외국 기업용 소프트웨어 판매에 주력하던 업체들이 잇달아 제품을 직접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수년간 외산 제품만 공급해 오던 케이에스텍, 넥스존이 각각 제품생산공정관리와 기업포털(EP) 솔루션을 내놨다.

 그동안 코스닥 상장기업이 ‘정체성 확보’ 차원에서 자사제품을 개발하는 경우는 많았으나, 이처럼 비상장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드는 사례는 많지 않다. 국내에서는 개발 비용마저도 뽑아내기가 어렵다는 시장환경 탓에 그간 외산 제품 공급에만 주력해온 관행을 감안하면 이러한 추세는 의미가 있다. 적어도 국산 제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개발업체로 변신하라”=프랑스 아이로그(ILOG)의 국내 독점총판인 케이에스텍(대표 이승도)은 최근 플래닝스케줄링 솔루션 ‘스마트 APS’, 제품생산공정최적화 솔루션 ‘스마트 간트(SmartGantt), 실시간스케줄러 솔루션 ‘스마트 RTS’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아이로그의 최적화 및 비즈니스룰엔진(BRE) 제품을 판매하며 쌓은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며, 개발업체로서의 대외 인지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미국 플럼트리의 기업포털(EP) 제품을 공급하던 넥스존(대표 강성진)도 회사 설립 6년 만에 처음으로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기업포털 ‘투비존 EP(toBzone EP)’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산업은행에서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아 개발 비용의 70% 이상까지 지원받았다.

 또 1∼2년 전부터 자사제품 개발에 힘써 온 아이티플러스, 모코코 등 코스닥 상장기업들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성진 넥스존 사장은 “기업용 제품은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이 필요하다”며 “외산 제품을 공급하며 쌓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제품 개발에 직접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수익을 다변화하라”=외산 제품 공급업체들이 직접 제품 개발에 나서는 것은 수익 다변화를 위해서다. 외산 제품만으로는 전체 산업군을 포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중견·중소기업 전용 제품 혹은 공공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별도 개발하는 것이다.

 글로벌 인수합병이 증가하면서 ‘외산 제품 유통이 안정적인 사업이 아니다’는 시각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본사 인수합병에 따라 사업판권을 다른 곳에 넘겨주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 기업의 국산제품 선호도 향상도 이러한 추세를 거들고 있다. 적어도 일부 분야에서는 외산보다 오히려 국산제품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됐다.

 외산 백업솔루션 공급업체인 애트피아텍의 김병수 사장은 “자사 제품을 갖고 있어야 사업 안정성도 있을 것으로 보여 직접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갈 예정”이라며 “요즘 유통업체의 관심사는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에도 도움”=외산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다 자체 개발에 뛰어들 때의 장점 중 하나는 해외진출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것이다.

 기존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업활동을 손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티플러스가 좋은 사례. 이 회사는 BEA시스템즈의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제품을 공급해 왔는데 이 회사의 다양한 행사장에서 자사 제품을 선전해 왔다.

 글로벌 회사의 일부 모듈을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었을 경우에는 해외 마케팅에 더욱 도움이 된다.

 이승도 케이에스텍 사장은 “판매중인 아이로그 제품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며 “국내 시장 진입이 1차 목표지만 아이로그 인맥을 활용해 해외 수출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