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리코만큼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기업도 없다. 회사 규모는 중견 기업 수준이지만 대기업 이상의 찬사를 받고 있다.
먼저 ‘국산 복사기 1호 업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체 기술로 복사기 개발에 성공했다. 경영 성적표도 ‘A+’다. 60년 창업한 이후에 한해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올해까지 포함해 무려 45년 동안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확고 부동한 ‘시장 리더’다. 대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이기고 복사기 시장에서 국산 브랜드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기업 문화도 연구 대상이다. 전체 직원이 3000여명에 달하지만 창사이래 한번도 노사 분규가 없었다. 중소기업에 흔한 노동조합도 없다. ‘가족주의’ 경영 때문이다. 회장에서 임원, 말단 사원까지 마치 한식구처럼 지내고 있다. 늘 변화와 혁신을 외치며 새로운 도전을 추구하는 벤처 정신도 신도리코의 또 다른 모습이다.
우량 기업 신도리코의 성장 비결은 한마디로 기술력이다. ‘테크놀로지 스피릿(Technology Spirit)’이라는 슬로건이 보여주듯 신도리코 연구소는 사무기기 업계에서 가장 많은 200여명의 석·박사급 연구원을 거느리고 있다. 일본·미국 파트너와 나란히 협상 테이블을 맞댈 정도로 디지털 복사기와 초고속 레이저 프린터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고희영 본부장은 “우수한 인력이 지금의 신도리코를 만들었다”며 “직원 한명을 위해 쏟아붓는 투자 규모와 정성이 대기업 이상”이라고 말했다.
신도리코를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게 독특한 조직 문화다. 지난 10년 동안 회사 인력과 매출액은 5배 넘게 성장했지만 회사의 분위기는 여전히 가족적이다. 위에서 아래까지 막힘없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매월 첫날이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전 임원과 각 부서장, 부서 대표 직원이 한데 모여 ‘최고경영자 경영 설명회’를 열고 회사 성과와 좌표를 정한다.
서울 본사와 아산 공장에 있는 갤러리와 체육관, 중국 칭다오 공장에 있는 물·바람·돌이 조화를 이룬 정원도 직원을 가족처럼 대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하루 생활의 절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는 상황을 감안해 문화와 웰빙 공간을 회사에서 만들어 준 것.
탄탄한 생산 시설도 다른 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다. 5만여평 규모의 아산 공장과 10만여평의 중국 칭다오 공장은 각각 1000여명이 일하는 대형 디지털 네트워크 생산 기지다.
83년 설립한 아산 공장은 2001년 대규모 증축과 조경 공사를 끝내고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이곳에서는 전세계에 10만여대가 수출되는 ‘디지웍스’ 기종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복사기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손낙훈 부사장은 “올해 아산 공장에서는 디지털 복사기 18만대, 팩시밀리 1만5000대, 소형 복합기 1만대, 디지털 인쇄기 1만대가 생산될 예정”이라며 “중국과 아산 공장을 기반으로 2000년 당시 1000억원에 못 미치던 수출 규모가 2004년 4000억원을 넘겼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문을 연 중국 칭다오 공장은 초고속 프린터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에는 분당 50장을 출력할 수 있는 레이저 프린터 라인을 새로 추가했다. 칭다오 공장 옆에는 제2 공장을 건설중이며, 완공되면 지금보다 두배의 생산 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올해 45주년을 맞은 신도리코는 올해 ‘새로운 신도리코’를 선언하고 우석형 회장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신도리코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가족주의 경영
신도리코는 ‘신명 나는 일터’ 만들기에 앞장서는 회사다. 가장 주목을 받는 게 ‘휴식 공간’이다.
‘신도리코 문화 공간’은 갤러리로 불릴 정도로 전시된 작품 하나하나가 화랑 작품 이상의 수준이다. 서울 본사에는 옥상 정원을 포함해 곳곳에 휴게실이 있다. ‘쉬는 곳’의 의미를 넘어 편하게 이야기하는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신도리코 체육관은 일터와 가까워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퇴근 후에는 요가 과정이 열리고 있다. 체육관 덕분인지 신도리코의 농구 동호회는 직장인 친선 농구단 가운데 최고 실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식당도 외주 업체에 맡기지 않고 있다. 주발에 밥을 담아 일일이 식사를 제공하는 모습은 신도리코의 직원 사랑을 바로 보여준다. 최고 경영자에서 말단 직원까지 가족처럼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조직 문화는 보이지 않는 신도리코만의 경쟁력이다.
◆이끄는 사람들
신도리코의 최고 사령탑 우석형 회장은 고 우상기 회장을 잇는 국내의 대표 2세 경영인이다. 개성 상인 출신인 우상기 회장의 이념과 신도리코의 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아 지금의 신도리코를 만든 주역이다.
86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20년 동안 신도리코를 이끌어 왔다. 전공은 경영학이지만 ‘테크놀로지 스피릿’이라는 모토에 큰 애정을 가질 정도로 공학도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신도리코의 기술 경쟁력을 위한 투자라면 항상 두손 들어 환영한다.
선대 우상기 회장의 영향으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중시하고 ‘일할 맛 나는 업무 공간’을 위해 건축과 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우 회장과 함께 안살림을 책임지는 손낙훈 부사장은 신도리코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관리통. 창업 1기로 지금도 말단 직원에게 격의 없이 말을 건넬 정도로 친화력이 뛰어나다.
표희선 부사장은 주로 해외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기술과 시장 추세에 정통해 미국·일본 파트너에 신의가 두텁다. 기술 경쟁력이 회사의 나아갈 바라는 신념으로 기술 부문 인력의 해외 연수를 적극 후원하고 있다.
고희영 본부장은 국내외 영업을 책임지는 야전 사령관. 줄곧 영업 한 분야에 몸 담아 필드 경험이 풍부하다. 미래의 영업력은 ‘디지털 네트워크 교육’에 달려 있다고 판단해 전국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교육 훈련을 진행중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