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실질적인 의사 결정권을 갖는 ‘경영위원회’를 설치한 데 이어 외국계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 한국지사 박병무 사장을 의장으로 임명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속에서 노사 갈등 내홍을 겪어온 하나로텔레콤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박 의장의 등장에 대해 노조 측은 “경영위원회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사측이 원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무조건 이달 26일 쟁의에 돌입한다”는 강경 방침을 밝힌 터라 결국 박 의장이 어떤 카드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하나로텔레콤호의 1차 진로가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을 더는 지지부진하게 끌고 갈 수 없다는 외자 측이 모종의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했다. 즉, 외자로서는 하나로·두루넷 합병을 우선 성사시켜야 하는데, 정통부 인가 시한이 겨우 한달 남은 상황이어서 ‘시간이 더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박 의장은 ‘당분간’ 하나로텔레콤에 상근할 예정이다. 기존 권순엽 대표와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외자 측이 모든 과정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박 의장의 차기 하나로텔레콤 대표 선임을 점치기도 하지만 현안이 워낙 많아 장담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며, 이에 따라 조율사 역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진 권순엽 대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편 하나로텔레콤이 노조와의 합의하지 않은채 실시한 명예퇴직 희망자 접수는 지난 15일까지 8% 정도가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 의장은 이에 대해 “15%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노조 측과 최대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전날 노조 측에 “꼭 15%는 아니어도 연말까지 구조조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정통부는 이와 관련, “만의 하나 하나로텔레콤이 파업에 돌입하고, 가입자 이탈이나 서비스에 대한 민원이 급증할 경우 두루넷과 합병 인가 결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신혜선·손재권기자@전자신문, shinhs·gjack@etnews.co.kr
◆인터뷰-박병무 하나로텔레콤 경영위원회 의장
-경영위원회 의장 선임 배경은 무엇인가.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해서다. 앞으로 3∼4개월간 이사회에서 공식 의결할 사안이 많다. 때마다 이사회를 열 수는 없다. 한시적인 위원회를 통해 장기 발전을 도모하겠다.
-임기는 구조조정 목표를 달성될 때까지인가.
▲노조와 모든 옵션을 열어놓고 있다. 대화로 풀겠다. (15%의 목표가 달성되지 않더라도) 끝까지 대화로 해결하겠다.
-하나로텔레콤 파업이 두루넷 합병에도 영향을 미칠텐데.
▲아직 정통부로부터 들은 바 없다. 합병에 영향을 미칠 정도까지 끌고가지 않을 것이다.
-하나로텔레콤 지분 매각은 내년에 하나.
▲언젠가는 매각하겠지만, 뉴브리지AIG는 전략적인 투자자다. 뉴브리지는 제일은행에도 5년 투자했다. 단기적으로 털고 나가는 펀드와는 다르다. 어느 누구와도 인수합병에 관해 대화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과거에도 인수합병을 전제로 한 접촉은 없었다.